제주 들불축제가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존폐 위기를 겨우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축제를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최종 결론을 내릴 시장은 교체시기에 직면해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돼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정작 제주시장은 이달 말을 기점으로 교체하게 돼 '추진 정지' 상황에 이르렀다. 관련 조례안 발의 시점까지 겹치면서 혼선이 우려된다.
18일 제주시에 따르면 시는 들불축제의 오름불놓기를 대체하는 콘텐츠 공모와 시민기획단 숙의 결과를 토대로 ‘2025년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 수립안을 마련했다.
들불축제는 1997년 옛 북제주군이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란 이름으로 제1회 행사를 시작,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을 제외한 매해 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에는 전면 취소됐고, 2021년엔 '새별오름 들불놓기' 행사만 온라인으로 여는 등 대폭 축소됐다. 2022년에는 다른 지역의 대규모 산불 등 재난 상황에 전면 취소됐고, 지난해 역시 같은 이유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취소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4월 17일에 열린 제426회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오름 불놓기'에 대해 "불을 놓느냐 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닌 들불축제의 위상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불을 놓는 방식의 문제를 새롭게 접근할 수 있으면 가능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좀 더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들불축제’ 기본계획안에도 ‘오름 불놓기’를 대신해 LED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와 초경량비행장치를 이용한 ‘드론 라이트쇼’가 담겼다.
퇴임 예정인 강 시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들불축제 기본계획 수립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들불축제의 세부추진계획은 차기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8~9월 정해진다. 차기 시장은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작업도 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애월읍 주민들이 발의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블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변수다. 조례안에는 달집태우기, 목초지 불놓기 등 직접적인 들불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보호 등을 주장하는 들불놓기 '반대파'와 세시풍속을 지켜야 된다는 '찬성파'의 대립도 큰 걸림돌이다.
들불축제는 현행 시장이 기본계획안을 만들고 차기 시장이 세부계획을 만드는 행정문제와 예산 및 찬반논란 등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가 많다.
들불축제의 윤곽은 들불축제 조례안 결과가 정해지는 8~9월에 나타날 전망이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들불축제 조례안 서명은 이번 주부터 검증 작업에 돌입한다”며 “청구인 명부 접수일로 3개월 이내 수리 여부가 정해진다. 시점은 8~9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