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최대폭 늘어난 주담대, 정부와 한은 강단있게 대응해야

  • 등록 2024.07.22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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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예사롭지 않은 가계부채 증가세 ...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당국의 졸속행정에 사태 악화 ... 부채 누적ㆍ주택시장 복합 리스크
금융과 부동산 이슈 맞물려 있어 ... 정부ㆍ한은 섬세한 정책 요구돼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먼저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6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 5월 대비 한달 새 6조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000억원 줄어든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급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에 줄었다가 4~6월 석달째 증가했다. 특히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부동산담보대출 급증세와 함께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9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5188건)이 5000건을 넘어섰다. 6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7월말까지이므로 20여일 남았는데, 벌써 4월 거래량(4990건)을 능가했다.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도 1만8830건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실거래가도 올랐다. 일부 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가 오르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감세,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완화가 가세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지난해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4.2%로 2022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100만원을 벌면 14만2000원을 대출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주요 17개국 가운데 소득 대비 빚 부담 정도와 증가 속도가 네번째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출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며 현장 점검을 예고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일부 지역 주택가격 상승세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3기 수도권 신도시 등 계획 주택 물량을 신속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트레스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내실화ㆍ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정책금융을 풀고 7월부터 시행하려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돌연 연기한 장본인이 금융당국이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일정 수준 가산(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스트레스 DSR 실행 연기는 정부의 실책이다. 제도 실행 이전, 대출금리가 높아지기 이전 두달 동안 최대한 대출을 받으려 들어 가계대출이 단기간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당국의 졸속행정이 사태 악화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ㆍ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요인이 많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시장에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금리인하 시점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ㆍ부동산 시장의 동반 이상 징후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 늘고 실거래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금융대출 증가로 연결돼 나타나는 모습이다. 아파트 매매와 실거래 가격이 정상 수준을 벗어나면 대출 수요는 더 커질 것이다. 수요자들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면 금융ㆍ부동산 시장 전반에 과열 현상을 빚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고질적인 부채 누적과 불안정한 주택시장이 맞물린 복합 리스크에 놓여 있다.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 등 3고高로 인한 고통이 여전한데 집값까지 뛰면 민생은 더욱 고달파진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처럼 ‘영끌’과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이 재발하면 경제 회생의 길도 멀어진다.

정부 정책의 성패는 시장 신뢰가 관건이다. 불안심리가 팽배하며 과열 현상을 부추기는 주택ㆍ금융 정책은 더욱 그렇다. 시장이 신뢰해야 이상 과열을 잠재울 수 있다. 금융 정책은 가계부채 축소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부동산 정책은 서민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과 주택시장이 더 이상 과열되기 전에 진정시켜야 한다. 금융과 부동산 이슈가 맞물려 있어 정부와 한은의 섬세한 정책 조합과 강단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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