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관광대혁신' 외치지만 정작 해수욕장 현장은 '딴판'

  • 등록 2024.08.06 16: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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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이문제] 현장에선 공유수면 불법사용, 인도 불법점령, 업체간 속출 ... 제주도 "내년 기약"

 

지난 2일 낮 12시쯤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피서객들이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느 유명 휴양지 부럽지 않은 협재해수욕장은 최근 '평상 치킨 갑질'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장소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수욕장 곳곳에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었다.

 

협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협재리 마을 주민 장모씨는 "도에서 여러 가지 회유책을 내놔 파라솔과 평상의 가격을 인하했다. 최근 논란이 있던 해수욕장이라 이미지 개선에도 좋을 것 같아 동참했다"면서도 "하지만 공유수면 불법 사용, 인도 불법 점거, 호객행위 등 수년째 이어진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유수면은 바다, 바닷가, 하천·호수 등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국유 수면을 말한다. 관리 주체는 제주도와 제주시로, 관리 주체의 허가 없이는 사용이 금지된다.

 

협재해수욕장의 경우 협재리 마을주민회가 관리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장씨의 주장은 마을에서 허락한 사실이 없는데도 관리주체인 도와 행정시의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공유수면과 도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평상 치킨 갑질' 논란이 발생했을 때 제주도가 현장 조사를 하면서 밝혀졌다.

 

당시 제주도 관계자는 "공유수면이 아닌 개인 사유지에서 평상 대여가 이루어져 행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강력한 조치는 어렵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평상을 대여하는 곳은 사유지였으나 튜브나 구명조끼를 비치한 장소는 2447-16, 2447-17번지로 모두 시 도유지(공유수면)였다.

 

도는 평상 대여가 이뤄지는 장소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하고, 업체의 물품이 적재된 시 도유지 구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업체의 물품이 적재된 시 도유지 구역은 약 49㎡로 피서객이 이용하는 공공주차장에서 해변까지 이어지는 길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해당 토지는 시 도유지이자 자연녹지지역으로 물건을 1개월 이상 쌓아놓는 행위를 할 때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협재리 주민 장모씨는 "공유수면 불법 사용과 인도 불법 점거로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도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을 뿐 여전히 행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듣기위해 제주도청에 문의 했다. 제주도는 "혹시 점.사용 허가를 받은 업체 아닐까?"라며 "정확한 내용은 행정시인 제주시에 문의해야 한다"고 일단 답을 피했다. 제주시로 문의하자 돌아온 답은 '핑퐁'이었다. "해수욕장을 직접 관할하는 한림읍사무소로 물어보라"는 것.

 

이후 연결된 한림읍사무소 관계자는 "지난주 행정시와 합동으로 지도 및 계도에 나섰다. 단속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조금 당혹스럽다"며 "인원이 상주하지 못해 1~2시간 정도만 점검한 것은 맞다. 부족하다면 더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호객 행위.

 

협재해수욕장에서는 평상 및 파라솔을 빌리면 그 업체와 계약된 음식점을 관광객에게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대신 주차장 자리를 확보해 주는 호객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정말 협재해수욕장에서 호객행위가 일어날까?

 

직접 차량을 몰고 공용주차장으로 주차를 시도하자 차량 앞으로 인근 업체 직원이 막아섰다. "평상과 파라솔을 이용하면 주차를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며 손을 끌었다. 주차 후 길을 걷던 중 또 다른 업체 직원은 "튜브와 물놀이 용품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또 운을 띄웠다.

 

이들이 관광객들에게 내건 평상과 파라솔 가격은 6만원과 3만원. 제주도와 마을회·청년회 등이 '관광대혁신'이란 구호를 내걸며 합의했다는 평상(3만원)과 파라솔(2만원) 가격과는 동떨어진 금액이었다. 

 

"언론에서 말하던 그 값과 다르다"고 말하자 업체측 직원은 "그건 주차요금 별도니까 그런 것"이라며 "저희는 주차요금이 무료라 하루종일 주차해도 된다"고 답했다.  물론 "현금을 내면 옆 가게보다 5000원 더 싸게 해준다"고 넌즈시 귀띔을 하기도 했다. 

 

튜브와 물놀이 용품에 대한 대여금도 1만원에서 3만원까지 다양했다. 평상과 파라솔 이용객에게는 "5000원의 금액을 할인한다"며 대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 장모씨는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 행위가 지속되고, 업체 간 경쟁이 과열돼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현실"이라며 "도는 눈에 보이는 성과인 파라솔이나 평상 가격 인하를 먼저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수욕장 운영 체질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림읍사무소 관계자는 "그런 부분까지 확인하진 못했다"며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을 위해 호객행위는 근절되어야 하는 만큼, 인도 통행방해와 도유지 무단사용 등에 대해 행정시와 함께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서 영업중인 업체도 할 말은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유수면에 대한 부분은 계속 듣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디까지가 공유수면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몰라서 튜브, 구명조끼 등을 비치했다. 문제가 된다면 치우겠다"고 말했다.

 

 

호객 행위에 대해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5년 동안 협재해수욕장에서 평상 대여와 온수 샤워시설 제공 등으로 영업을 해 온 김모씨는 "도에서 파라솔과 평상 가격을 낮추는 문제로 합의할 때 정작 임대영업하는 업체에게도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마을회나 청년회·어촌계에서 관리하는 해수욕장 파라솔 평상 등의 가격만 서로 말을 맞췄을 뿐 우리는 어떤 지원이나 보상 등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것을 알지만 호객 행위를 해서라도 손님을 끌어오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장사를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을회와 청년회, 어촌계 등과 파라솔·평상 인하 협의 당시 민간 업체까지 고려해 가격 인하 동참을 유도하려 한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당시 협재해수욕장을 방문했을 때 '평상 치킨 갑질' 논란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만 대화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파라솔·평상 가격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나오지 않았는데 민간에게 인하하면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당시 자리에서 민간 업체에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답했다.

 

민간 업체가 오해했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15년간 그 자리에서 서비스업으로 생계를 이어온 소상공인들의 마음에 지금 도에서 펼치는 '관광대혁신'은 먼나라 이야기다.

 

 

해양산업과 관계자에게 파라솔과 평상 가격 인하 이후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해수욕장이 개장한 상태에서 당장 다른 변화를 유도하기는 힘들다"며 "여름 시즌이 종료된 후 해수욕장 협의체의 회의를 통해 내년 개장 전 또 다른 변화들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이 문제의 진원지로 부상한지 오래다. 파라솔과 평상 문제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공유수면 불법 사용, 도로 불법 점거, 호객 행위, 민간 업체 가스 온수기 안전 대책, 해수욕장 쓰레기 문제, 계절 음식점의 살인적인 가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난다.

 

'평상 치킨 갑질' 문제로 논란이 된 업체 직원의 입장도 들어봤다. 다른 업체서 주문한 치킨을 놓고 평상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해 벌어진 논란이었다.

 

업체 직원은 "백번 돌이켜봐도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당시 옆 업체와의 고소·고발 분쟁이 지속되던 상황에서 옆 가게 치킨 업체가 배달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감정이 격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잘못된 행동으로 협재해수욕장과 제주도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3일 해수욕장 파라솔·평상의 대여료를 낮추고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관광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문제투성이었다. 마을회와 임대업체, 주민 등이 서로 삿대질하며 갈등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피서객과 관광객의 몫이었다. [제이누리 =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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