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도 헷갈리는 '요일별 쓰레기배출' ... 따로 노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 등록 2024.08.08 17: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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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이문제] 요일별 배출제 제주시와 아닌 서귀포시 '엇박자'
"관광객 체류기간 교육시켜야 할 판" VS "여행객 등 시민의식도 문제"

 

지난 4일 오전 9시 제주시 삼도일동의 한 클린하우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쓰레기 외에 종이류와 불연성 쓰레기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지역은 L호텔과 O호텔이 위치한 관광지와 주택구역이 공존하는 곳으로 관광객과 도민이 함께 쓰레기를 배출하는 지역이다.

 

버려진 종이상자 주변에는 바퀴벌레와 날파리들이 있었다. 일반 쓰레기는 수거된 상태였으나 종이류와 불연성 쓰레기는 화요일에만 수거되기 때문에 저녁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쌓일 우려가 있었다.

 

 

제주시는 클린하우스를 통해 요일별로 플라스틱, 캔, 종이류 등을 분리 배출하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장치를 설치하는 등 생활쓰레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시의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2016년 12월 시범도입을 시작으로 2017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재활용 요일별 배출제는 시행과 함께 플라스틱 수거량이 2배이상 더 많아지는 등 시행에 따른 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시행 6년이 지난 지금,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 배출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전체 쓰레기 배출량도 급증했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요일별 배출을 혼동, 그 효과도 더욱 미미해졌다. 

 

 

제주로 자주 관광을 온다는 김모씨는 "쓰레기를 요일별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여행 중 발생한 다양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장모씨는 "여행 일정이 3일인데, 요일별 배출제에 플라스틱 배출일이 아니라면 그 쓰레기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란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런 문제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플라스틱이나 캔과 같은 분리수거 대상 쓰레기를 함께 버리고 있었다. 

 

 

결국 지난달 말부터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소각장에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불법 쓰레기 반입을 막기 위해 쓰레기 검사를 하고 있다. 여름철 관광객들이 종량제 봉투 내 여러 쓰레기들을 함께 버리는 일들이 빈번해지자 주민 협의체가 나선 것이다. 

 

주민들이 수거된 종량제 봉투를 하나씩 손으로 직접 뜯어 검사를 하다보니 일부 지역의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고 있다. 환경자원순환센터 앞에서 수거차량이 줄지어 기다리는 일도 숱하다. 이후 제주시는 지난 2일 "환경자원순환센터로 쓰레기 반입이 정상화됐다"고 밝혔지만 일부 클린하우스에 쌓인 쓰레기 처리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주민협의체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에만 일반 종량제에 여러 쓰레기들이 함께 버려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 주민들도 분리수거 요일을 맞추기 어려울때 비교적 소량의 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수거함에 버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관광객들에 의해 일어난 것일까? '쓰레기 대란'은 관광객만의 탓일까? 

 

 

여름철 제주로 캠핑을 자주 온다는 정모씨는 "여름철 차박을 하면 다양한 쓰레기들이 나오는데, 특히 음식물쓰레기가 큰 문제"라며 "일부 캠퍼들이 마구잡이로 버리면서 클린하우스 인근이 아수라장이 된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제주시 연동의 한 클린하우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심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제주시에서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클린하우스 세 곳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클린하우스에 배치된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엔 아직 내용물이 다 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음식물이 담긴 비닐만 덩그러니 수거함 위에 놓여 있었다.

 

연동 B호텔 관계자는 "호텔에 외부 음식물을 먹고 난 뒤 제데로 치우지 않아 악취와 벌레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어온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지를 돌며 구매한 음식물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 입실 전 외부음식 반입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관광 중 구매한 음식들을 호텔 앞에서 저지당하자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는 제주의 독특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정책 때문이다. 특정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문을 열 수 있어 관광객들은 사실상 사용하기 어렵다.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음식물 수거장치를 사용하려면 편의점이나 인근 판매점에서 특정 교통카드를 3000~5000원을 주고 산 뒤 현금으로 충전해야 한다. 결국 대부분 관광객은 그런 불편 탓에 수거통 위에 음식물쓰레기를 던져두고 간 셈이다.

 

인근 주민들은 "제주도민이나 교통카드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누가 교통카드를 들고 관광하러 오며, 누가 그런 걸로 쓰레기를 버리겠냐"며 나름 이해한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2시간 동안 지켜 본 결과, 관광객이 제대로 버리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는 2건, 주민과 인근 식당 업주들이 버린 쓰레기는 6건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업주는 "잠시 올려둔 것"이라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제주시의 쓰레기 문제는 여름철 성수기 동안 관광객 증가로 인해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현장의 혼란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 임시방편만을 내놓고 있다.

 

기껏해야 다국어 안내 자료 배포, 다국어 안내판 설치, 일회용 종량제 봉투 제공 등의 방안이다. 오히려 요일별 쓰레기 배출방법과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사용 요령을 관광객들에게 여행 기간 동안 교육해야 할 판이다.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어이없는 쓰레기 배출정책"이란 관광객과 도민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시는 올해 1월 자연보존 가치 존중, 환경오염 관리 강화, 생활폐기물 효율적 처리, 탄소중립 도시 녹지 공간 조성 등을 통해 환경자산과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청정환경도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148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생활폐기물 효율적인 처리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733억 9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또 자원 순환 인식 확대와 지역사회 참여 촉진을 위해 올바른 분리배출 홍보, 재활용품 회수보상제 등 사업에 172억 4000만원을 들였다.

 

 

반면 서귀포시는 다르다. 일단 요일별 분리배출 정책이 없다. 여기에 2022년까지 재활용도움센터를 지역 특성에 맞게 규모별로 거점형 33곳(75㎡ 이상), 중형 32곳 등 전체 65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생활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었고, 지역 어르신의 일자리 제공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서귀포시는 "요일별 배출이 적용되지 않아 매년 재활용도움센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근무자의 친절과 편의시설 보강으로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설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유모씨는 "솔직히 주민들도 마구잡이로 버리고 있을 거다. 나도 그렇다"며 "제주의 쓰레기 문제는 관광객 뿐 아니라 주민의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매년 제주시는 쓰레기 대란을 막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연일 쓰레기 대란이다. 관광객과 주민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요일별 배출제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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