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조선후기 제주 출신 유학자 변경붕(邉景鵬)의 후손이 고문서 및 고문헌 등 124점을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9일 밝혔다.
원주 변씨 제주도종친회 신도파 문중에 전해 내려온 이 자료들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제주의 사회·경제상과 유학자의 삶을 조명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변경붕의 6대손인 변해기씨(원주변씨제주도종친회 신도파회장)가 보관해 오던 것이다.
기증 자료 중 상당수는 조선후기 성균관 전적, 대정현감, 만경현령, 사헌부 장령, 이조 참의 등 내·외관직을 두루 거친 변경붕과 관련된 자료다.
기증 자료에는 1794년(정조 18) 정조가 제주도에서 시행한 과거시험에서 변경붕이 논(論) 부문 수석을 차지한 내용을 담은 ‘탐라빈흥록(耽羅賓興錄)’이 있다. 이 책에는 당시 급제자 명단과 과문(科文)이 함께 수록돼 있다.
그 외 변경붕의 시권(試券, 과거시험 답안지), 홍패(紅牌, 문과급제 교지), 고신(告身, 관직 임명장), 차첩(差帖, 녹봉이 정해지지 않은 관직자를 임명하면서 내린 임명장), 개인 문집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집안의 호구단자(戶口單子), 명문(明文, 토지매매문서), 장택기(葬擇記), 원주변씨 족보 및 가승(家乘), 기타 유학서(儒學書) 등 다양한 종류의 문서도 함께 기증됐다.
특히 제주도에서 처음 확인된 조선후기 제작 ‘동국팔도대총도(東國八道大摠圖)’와 유사한 지도책도 포함됐다.
문중의 변해기·변창구·변택춘씨는 “박물관 기증을 통해 훼손과 도난의 위험에서 벗어나 문중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자료들이 전시와 연구에 적극 활용돼 원주 변씨 후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식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이번 기증은 도내 마을과 개별 집안 소장 자료에 대한 자발적 기증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빠르게 사라져가는 제주 향토자료를 발굴·수집·연구하는 허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지난해 제주학 가치 확산을 위해 제주학연구센터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협업을 통해 올해 말까지 해당 기증자료들의 탈초·번역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