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피해 제주연구원 직원 '억대 보조금 횡령'

  • 등록 2024.09.27 15: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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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3000만원대 ... 위조된 지출 결의서로 돈 빼내

 

제주연구원에서 수억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당한 직원이 대출 사기 피해자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 직원이 횡령한 돈 대부분을 대출 사기 조직에 넘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제주경찰청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제주연구원 산하 모 센터에서 회계 담당으로 근무하며 업무상 횡령, 사문서 위조,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공교롭게도 대출 사기 피해자이기도 하다.

 

경찰은 지난 22일 대출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 만에 경기도 남양주에서 사기 혐의로 20대 남성 B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신용보증재단 직원을 사칭해 지난해 9월부터 무작위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고, A씨가 이를 보고 연락했다. B씨는 A씨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요구하며 추가로 보증금을 보내면 대출 신청 우선순위를 올려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이를 믿고 1년 동안 약 200여 차례에 걸쳐 4억 8000만원을 B씨에게 송금했다.

 

A씨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횡령한 돈은 약 5억 3000만원에 이른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A씨는 올해 5월부터 최근까지 전체 29차례에 걸쳐 연구와 운영비 관련 제주도 보조금이 담긴 은행 통장에서 돈을 빼내 개인 통장으로 이체했다. 범행 과정에서 위조된 지출 결의서를 은행에 제출하며 돈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은행 직원이 제주연구원에 "거액의 보조금을 자주 인출하는데 괜찮은지" 문의하면서 드러났다.

 

연구원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A씨가 지출 결의서를 위조해 돈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냈고, 곧바로 직위를 해제한 후 경찰에 두 차례에 걸쳐 고소했다. 현재 횡령 금액은 전액 변제가 이뤄진 상태다.

 

제주연구원은 A씨가 돈을 빼내 다시 넣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이 반복되면서 점차 대담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근무하지 않는 다른 센터의 통장 번호를 알아내 그곳의 보조금까지 빼돌리는 등 범행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졌다.

 

경찰은 A씨가 대출 사기범에게 송금한 금액 중 80~90%가 횡령한 보조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출을 받기 위해 보조금을 횡령하기 시작했는지 여부와 횡령 금액 전체가 사기범에게 전달되었는지 조사 중이다.

 

A씨는 대출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젠 횡령 혐의로 수사받게 되는 이중 범죄 상황에 처했다.

 

제주연구원은 A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산하 다른 센터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제주연구원은 "산하 다른 센터에 준 체크카드와 통장을 회수하고 연구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며 "센터 지출 행위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지출 관련 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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