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무는 사업장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병룡 부장판사)는 썩은 무를 밭에 무단 투기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1심에서 벌금을 선고 받은 모 농협 조합장 오모씨(62)와 경제상무 이모씨(52)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오 씨 등은 지난해 5월 25일 농협 저온저장고에 중간유통업자가로부터 위탁 받은 무를 보관 하다 연락이 두절돼 썩어 가자 18만 5600㎏을 사업장폐기물 배출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밭에 살포한 뒤 트랙터를 이용해 흙과 혼합하는 방식으로 무단 투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썩은 무를 사업장폐기물로 인정한 뒤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오 씨와 이 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3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 썩은 무가 사업장폐기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구 폐기물관리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이거나 일반사업장의 경우 1일 평균 300㎏ 이상 배출되는 경우, 건설공사 또는 건설공사를 제외한 일련의 공사·작업으로 폐기물을 5t 이상 배출하는 경우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저온저장고를 구 폐기물관리법령에서 정하는 사업장폐기물을 배출하는 곳으로 봐야 할 것인지 또는 일반사업장으로 봐야 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어 썩은 무를 사업장폐기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썩은 무를 농협에서의 일련의 작업으로 발생한 폐기물로도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구 폐기물관리법 상 폐기물이란 쓰레기, 폐유, 폐산 및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을 말하며, 사업장폐기물이란 대기환경보전법,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관한법률에 따라 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