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세상을 향한 엄마의 도전 ... 그가 출발선에 서다

  • 등록 2024.11.04 14: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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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제주] 강순아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의 이야기 ... 강정 해군기지가 정치적 전환점
"정치인으로서 스승은 부모님 ... '함께 살자', '의자 늘리자'가 진보정치의 가치와 지향점"

 

제주의 작은 마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에서 성장한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강순아(40)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이다.

 

강 위원장은 장애를 가진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웠다.

 

"저희 부모님 두 분 다 장애를 갖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팔 절단 장애를,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셨죠. 하지만 두 분 모두 농사를 지으며 지역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셨어요."

 

아버지는 안덕농민회 회장을 역임했고, 어머니는 여성농민회에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사회 활동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강 위원장은 이 시기를 '사회참여 운동의 조기교육'이라고 말했다. 

 

"아스팔트 농사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냥 아버지, 어머니 따라 투쟁의 현장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동요였고, 그곳이 어린시절 놀이터였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조기교육 같았어요." 

 

강 위원장은 정치의 스승은 누구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바로 답했다. 

 

"정치인으로서 저의 스승은 부모님입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성실함과 열정은 저에게 자립심과 사회적 책임감을 심어주셨어요."

 

강 위원장은 부모를 도와 밭에서 일하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일찍이 배웠다. 대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왔을 때에도 그들을 도울 만큼 성숙했다.

 

"제가 중학생때 대학생들이 농사 봉사활동을 왔어요. 근데 농삿일을 못할 때가 많았어요. 그들에게 일을 가르쳐주기도 했죠." 

 

 

2003년 제주대에 입학한 강 위원장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학업과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편의점, 호프집, 주유소 등 다양한 일을 이 시기에 경험했다.

 

"경제적인 부분은 제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어요. 그래서 많은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죠."

 

대학 시절, 수어 동아리에 가입해 장애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장애인들과의 교류는 그녀의 사회적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또 당시 활발했던 통일운동과 학생운동에도 참여했다.

 

"2000년대 초반은 통일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활동들에 참여하게 되었죠."

 

강 위원장은 선배들의 졸업으로 사라져가는 학생운동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제주 4·3 사건을 다룬 동아리에 주목했다.

 

"친구와 함께 고민했어요. 4·3 동아리가 있었는데 우리가 그 맥을 이어가야 하나, 아니면 총여학생회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졸업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선배들과의 인연을 만들어주었고, 단순한 동아리 활동을 넘어 사회운동과 단체 연대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2007년 제주대를 졸업한 강 위원장은 서귀포시민연대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며 본격적인 사회운동에 눈을 떴다. 바로 그 시기,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됐다.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제 삶에 깊은 충격을 주었어요.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을 보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죠."

 

강 위원장은 국가의 폭력성을 체감하며 주민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하는 현실을 목격했다. 이 경험은 그녀에게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5년간 서귀포시민연대 활동가로서의 일을 마치고 제주시로 온 강 위원장은 사회복지사로서 제주시 아동복지센터에서 1년여간 일하며 아이들의 인권 문제와 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아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보람이 컸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사회 문제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정치로 풀어내기 위해 강 위원장은 2013년 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의당 제주도당 여성위원장, 제주시 을지역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으며 정치적 경험을 쌓았다.

 

"정치에 참여하면서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당직만 맡을 줄 알았지만, 점차 책임감이 커졌고 결국 총선에도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죠." 

 

2024년 총선에서 강 위원장은 정의당 제주 을지역 후보로 출마했다. 특히 월정리 해녀들과의 연대 활동은 그에게 정치적 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해녀 삼촌들과 함께 농성하며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정치적인 힘 없이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죠."

 

해녀들과 도청 앞에서 밤샘 농성을 하며 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정치적 권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강 위원장은 바쁜 정치 일정 속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엄마로서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아들과 한라산을 오를 때마다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요. 처음에는 작은 오름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높은 오름, 윗세오름까지 도달해 봤죠. 목표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을 통해 서로에게 힘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언젠가 아들과 정상까지 함께 오르고 싶습니다."

 

그는 엄마로서의 책임과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함께 이루고자 한다. 강 위원장은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 활동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받기도 한다.

 

"선거에 나갈 때 아들에게 동의를 구했어요. '엄마, 축하해'라는 아들의 말에 큰 힘을 얻었죠. 아들도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가 정치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바쁜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할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지난달 13일, 강 위원장은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에 선출됐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치 1세대와의 공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정치 세대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과도 협력할 의지를 밝혔다.

 

"제2공항, 제주형 지방자치, 관광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각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제주를 중심에 두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 정치인의 힘겨루기를 답습할 필요는 없죠. 정치는 우선순위의 싸움이라고 믿습니다.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서로의 가치를 논의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강 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제2공항은 환경 파괴와 군사화 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입니다. 제주는 이미 충분히 큰 공항을 가지고 있는데 또 다른 대규모 개발을 하는 것은 제주의 환경과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또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제주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존 문제입니다. 저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기후위기에 대해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대중교통 개선, 쓰레기 문제 해결 등 일상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해요." 

 

 

강 위원장은 현애자, 김혜자, 허창옥 선배님 등 진보정치인을 롤모델로 삼았다. 진정한 권력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있다고 믿고 있다. 

 

"권력을 가졌을 때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선배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왔고 저도 선배들의 뒤를 이어 가고 싶습니다."

 

또 노회찬 전 의원의 진정성을 본받아 변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노회찬 의원님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벅차요. '같이 삽시다', '의자를 늘립시다'라는 그의 정신은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진보정치의 가치와 지향을 담고 있죠. 저 역시 변치 않고 같이 사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강순아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정치적 도전과 어머니로서의 책임 모두를 감당해내며 그는 이제 출발선에 서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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