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활약한 호국영웅 제주마 '레클리스(Reckless)'의 동상이 고향 제주에 세워졌다.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는 17일 제주마 '레클리스' 동상의 가림막을 치우는 '레클리스 제막식'을 오는 26일 연다고 밝혔다.
호국영웅으로 알려진 '레클리스'는 1949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암말이다. 어미가 제주마인 레클리스는 한국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아침해’라는 이름으로 서울 신설동 서울경마장을 달릴 준비를 하던 예비 경주마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 해병대는 1952년 '레클리스'를 군마로 매입해 차량 접근이 어려운 산악지대에서 물자를 운반하는 임무에 투입했다.
청각이 예민한 대부분의 말과는 달리 '레클리스'는 포화 속에서도 놀라지 않고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가본 적 있는 길은 혼자 찾아갔고, 부상당한 병사들을 업고 복귀하는 등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미 해병대 병사들은 '레클리스'에게 큰 신임과 애정을 보였다.
특히 1953년 3월 경기도 연천에서 벌어진 '네바다 전투'에서 최전선을 하루 51회 왕복하며 약 4톤의 탄약을 운반하는 등 승리에 공헌하며 미 해병대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일로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라는 이름을 부여받았고, 군마가 아닌 병사로 진급해 특급 대우를 받았다.
정전 협정 후 미국으로 함께 건너간 레클리스는 1959년 말(馬)로서는 처음으로 미 해병대 하사로 임명됐다. 이후 퍼플하트 훈장, 대통령 표창 등 5개의 훈장을 받았다. 1960년 은퇴해 1968년 5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먹이를 보급받았고, 장례식까지 치렀다.1997년에는 미국 라이프(LIFE)지 선정 '미국 100대 영웅'에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 해병대박물관 야외공원과 경기도 연천군 등에 모두 6개의 레클리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제주경마공원에 레클리스의 동상을 새로이 설치, 선보인다.
한국마사회 제주본부는 "제주마 레클리스의 전쟁 중 활약을 기리는 동상을 통해 제주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렛츠런파크 제주에 세워질 레클리스 동상은 청동으로 제작됐다. 하단 좌대는 석재와 청동을 혼합해 완성된다. 실제 체고인 142cm에 맞춰 레클리스의 실존 특성을 최대한 살린 이 동상은 전체 제작비로 1억 5000만원이 들었다.
동상 제작은 한국마사회의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기술능력 평가 후 선정된 기업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여의 제작기간이 걸렸다.
한편, 제막식이 열리는 렛츠런파크 제주에서는 제주마 축제가 오는 26, 27일 이틀간 열린다. 제주도지사배 대상경주, 드론 라이트쇼, 슈퍼 콘서트(위댐보이즈, 포레스텔라)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