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다주택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주택 가구의 비율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주택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는 19일 '2023년 주택소유통계'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주택 수는 모두 25만8000호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 소유 주택은 22만3000호로 전체의 약 86.4%를 차지했다. 나머지 주택은 법인, 국가, 지자체, 외국인 등이 소유하고 있다.
개인 소유 주택 22만3000호 중 87.9%인 19만6000호는 제주도민이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12.1%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유자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가 3.2%로 가장 높았고, 경기 고양시 3.1%, 경기 성남시 2.9% 순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투자 목적지로서 외지인들에게 인기를 끈 결과로 보인다.
제주지역 주택 소유자 20만명 중 1건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16만명으로 나타났다. 2건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4만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제주도의 다주택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시 지역별로 보면 서귀포시의 다주택자 비율은 2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제주시도 21%로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주 전역에서 다주택 소유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주지역의 주택 보유율은 56.1%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주택 가구 비율은 43.9%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전체 27만8000가구 중 15만6000가구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12만2000가구는 무주택 가구로 분류됐다. 이는 상당수의 가구가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주지역 주택 소유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2만3000가구, 2016년 12만6000가구, 2017년 13만2000가구, 2018년 13만7000가구, 2019년 14만1000가구, 2020년 14만4000가구, 2021년 14만9000가구, 2022년에는 15만3000가구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다주택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주택 소유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높은 다주택자 비율과 무주택 가구의 비율이 동시에 높다는 점에 주목하며, 주택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임대료 인상으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주택 소유의 양극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공공 임대주택 확대 등 무주택 가구를 위한 지원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형 부동산 전문가 김모씨(62)는 "외지인의 투자 수요를 조절하지 않으면 지역 주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주거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