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대표 호텔들이 매각과 영업 중단을 맞이하고 있다. 1980년대 제주그랜드호텔의 장면이다. [제주시청 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7/art_17393454104739_c627ed.jpg)
'허니문 1번지' 제주의 명성을 이끌었던 특급호텔들이 역사의 뒤안길을 맞고 있다.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주역이었지만 이젠 매각과 영업중단이란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주도는 국내 신혼부부들에게 최고의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그랜드호텔(현 메종글래드 제주)이 있었다.
이들 호텔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국내 신혼부부와 일본 등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제주 관광 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 저가 항공사의 등장, 새로운 호텔과 리조트의 경쟁 속에서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경영 악화와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1974년 개관한 제주 칼호텔은 지하 2층, 지상 19층 규모로 당시 제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도내 첫 특1급 호텔이었다.
320개의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며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제주 칼호텔의 등장은 도민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한라산 조망을 방해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제주시 55m, 서귀포시 40m로 건축물 고도 제한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1985년 개관한 서귀포 칼호텔은 남태평양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은 호텔이다. 225개의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신혼부부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제주그랜드호텔(현 메종글래드 제주)은 2015년 리브랜딩을 통해 현대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호텔로 변모했다.
1981년 333실 규모로 문을 연 이 호텔은 골프 관광과 연계해 일본인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하며 1992년 지방 호텔 첫 '1000만 불 관광진흥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513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비즈니스 관광객을 위한 연회장과 피트니스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대표 호텔들이 매각과 영업 중단을 맞이하고 있다. 1981년 제주 칼호텔의 장면이다. [제주시청 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7/art_17393454119804_a06b54.jpg)
하지만 이 호텔들의 명성은 이후 점차 사그라들었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와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신혼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제주도가 신혼부부들의 첫 선택지에서 점차 멀어졌다. 동남아시아나 유럽으로 떠나는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제주 호텔 산업은 타격을 입었다.
아울러 새로운 경쟁체제에도 직면했다.
2000년대 들어 제주에는 국제적인 호텔 브랜드들이 속속 진출하고, 럭셔리 리조트들이 등장했다. 특히, 2020년 개관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제주 최고 높이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전통 호텔들은 시설과 서비스 경쟁력을 점차 잃어갔다.

여기에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제주 호텔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해 많은 호텔들이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영업 중단과 매각이 잇따랐다.
제주 칼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누적 손실로 2022년 4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이후 유형자산 처분을 결정하고 제주드림피에프브이(PFV)와 95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사태로 1년 만에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제주 칼호텔 부지를 글로벌 교류 허브 조성사업의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JDC는 제주시 원도심 내 11개 부지를 조사한 결과, 제주 칼호텔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지난해 3월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JDC는 현재 '글로벌 교류 허브 사전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비는 2억7000만원,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이다. 늦어도 다음달 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서귀포 칼호텔 [제이누리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7/art_17395183037006_005c5c.jpg)
한편, 서귀포 칼호텔은 제주 칼호텔 폐업 이후 일부 직원들이 이동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관광 산업의 불확실성과 제주 칼호텔 매각의 여파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제주 칼호텔 영업 중단 후 내부 가구와 기물들을 서귀포 칼호텔로 옮겨 재사용하고 있어 현재 호텔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메종글래드 호텔도 갈림길에 서 있다. DL그룹은 2023년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를 위해 메종글래드 제주를 포함한 글래드 호텔 세 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메종글래드 제주의 예상 매각가는 2500억원 이상이다. 해외 자본으로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호텔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개요 표. [제이누리 그래픽]](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7/art_1739510827353_819cfd.jpg)
한때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호텔들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였다.
90년대 신혼여행지로 제주를 찾았던 김모씨(56)는 "당시 칼호텔은 제주 신혼여행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호텔이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나이를 먹은 것처럼, 호텔도 함께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회상했다.
제주도의 대표 호텔들의 변신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제주관광산업의 향배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칼호텔의 전경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누적 손실로 2022년 4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7/art_17393454137814_ecc8c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