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만의 귀향이다. 살아서 보지 못한 고향 땅을 이승의 유해로나마 밟았다. 광주형무소에서 숨진 제주4·3희생자 고(故) 양천종씨의 유해다. 94세가 된 딸이 아버지를 맞았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17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 봉환식 및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고(故) 양천종씨의 유해 봉환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 봉환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고(故) 양천종씨는 제주시 연동리 출신으로 4·3사건 당시 집이 불타 피신 생활을 하다 1949년 7월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그해 12월 24일 사망 통보를 받았지만 유족들은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채 75년이 흐르게 됐다.
지난 16일 유가족 8명을 포함한 봉환단 17명은 제주를 출발해 충남 부여 영호추모공원에서 법무부 광주지방교정청으로부터 유해를 인계받았다. 유족들은 추모공원에서 제례를 올린 후 세종은하수공원에서 화장을 마쳤다. 17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유해는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서는 고인의 딸 양두영씨(94세)를 비롯한 유족과 오영훈 제주지사, 도의회 의원들이 고인의 귀향을 맞이했다.
이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봉환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오 지사, 박호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행정안전부 및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유해에 이름표를 달고 헌화와 분향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양성홍 유가족 대표이자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할아버지 유해를 수습할 수 있어 기쁘다"며 "4·3으로 희생된 모든 행방불명 희생자들이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 품에 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유해 봉환은 지난 해 북촌리 고(故) 김한홍씨에 이어 두 번째로 제주4·3사건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걸음으로 평가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추도사에서 "7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가족들이 겪어온 원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며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전주 황방산 등 4·3수형인의 기록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의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