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적'에 제주도 건설업계 '위축' … SOC 공사 분할 발주 논란

  • 등록 2025.01.06 1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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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이상 9개 공사, 100억원 미만 26개 공사 분할 발주 ... 도내 건설업체 입찰 유리

 

감사원이 발표한 제주지역 건설사업 감사 결과가 지역 건설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감사원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착수·진행 및 완료된 사회기반시설(SOC) 공사를 감사한 결과, 일부 공사에서 부당한 업무처리가 드러나 징계와 주의 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도가 지역 건설업체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한 SOC 공사의 분할 발주 방식이다.

 

감사원은 "분할 발주로 타지역 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도는 100억원 이상의 9개 공사를 100억원 미만의 26개 공사로 분할 발주해 도내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00억원 미만 공사에서도 16건을 42건으로 세분화해 도내 건설업체들이 입찰에 유리하도록 배려한 정황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도내 업체들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며 "100억원 이상의 공사를 분할 발주하지 말고, 필요 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지시에 대해 지역 건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할 발주는 도내 건설업체가 대형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으나 감사원의 결정으로 이러한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A정비사업의 개찰 결과, 상위 순위 6곳 모두 타지역 건설업체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건설업체 대표 노모씨(56)는 "대형 공사를 단일 발주로 진행할 경우 자본력이 강한 타지역 업체나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결국 지역 건설업체들은 타지역 대형 업체의 하청으로 전락하거나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는 감사원의 지적 이후 도의회와 간담회 및 토론회를 열어 분할 발주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분할 발주는 지역 업체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며 "행정 부담을 줄이는 조례 제정을 통해 공무원들이 분할 발주를 기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건설업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의회와 협력해 절차적 부담을 덜고, 지역 중심의 공사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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