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故) 김두홍씨 ... 43년 만에 무죄

  • 등록 2025.01.14 17: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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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재판부 "고문 따른 자백 말고는 증거 없어" ... 김씨 아들 "아버지 누명 벗게 돼 기뻐"

 

1980년대 친척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야 했던 고(故) 김두홍씨가 43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김두홍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김씨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한 가족과 관련 단체들의 오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고(故) 김두홍씨는 1931년생으로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던 친척들의 초청으로 1980년 4월 일본을 방문해 체류했다. 그러나 이 방문이 평생을 뒤흔드는 사건의 시작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씨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한 지인은 김씨가 일본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친척을 만나 간첩 행위를 했다고 허위로 밀고했다. 이를 근거로 김씨는 1982년 7월 20일 영장 없이 옛 제주경찰서에 강제 연행돼 17일간 불법 구금됐다.

 

당시 수사관들은 김씨에게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 행위와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결국 김씨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문 피해 사실을 주장하며 결백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자백 외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이나 증언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간첩으로 낙인찍혔고,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2006년 김씨는 정부로부터 한국전쟁 참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간첩 누명을 벗지 못한 채 2004년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김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김씨의 아들인 김병현 씨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사건은 다시 법정에서 다뤄졌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인권침해로 이어진 자백은 증거로서 능력이 없고, 허위 진술 강요는 재판부의 오판을 야기한다"며 "고문 등 불법 행위에 따른 피고인의 허위 자백 외에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씨의 아들 김병현씨는 "아버지가 간첩 누명을 벗게 되어 기쁘다"며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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