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환경 '위기' … 돌봄 공백·시설 부족에 부모들 '한숨'

  • 등록 2025.02.05 13: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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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공백 속 늘봄학교 난항 ... 도심과 농·어촌 간 보육환경도 격차

 

제주도내 보육 환경이 출생률 감소와 어린이집 폐원 증가로 위기를 맞고 있다. 맞벌이·자영업 가정의 돌봄 공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늘봄학교 도입으로 해법을 모색했지만 교사 인력 부족과 공간 문제, 운영 차질 등으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제주 도심과 농·어촌 지역 간 보육 환경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보육시설이 부족해 안정적인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양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농·어촌 특성상 근무 환경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 보다 유연한 보육 시간 운영이 필요하지만 이를 제공하는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육교사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영유아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교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제주도내 법정 기준은 학생 4명당 교사 1명이지만 실제 교원 배치율은 8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도심과 농·어촌 지역 간 교원 배치율 격차는 두 배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자영업 가정의 돌봄 공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불규칙한 근무 일정과 긴 근로시간으로 인해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보육시설 자체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운영 시간이 단축되는 곳도 많아 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부모는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졌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 결국 가게에서 아이를 돌보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러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주도는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정책이 조기에 도입되면서 인력, 공간, 예산 등 제반 사항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1학기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간제 교사 55명 중 채용이 완료된 인원은 15명에 불과한 상태다. 또 인건비 약 20억원의 확보 방안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교실이 부족해 담임 교사들의 본래 역할 수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교실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늘봄학교가 학교 내에서만 운영되다 보니 기존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 돌봄 기관과의 연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늘봄학교 운영으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교원 자격 기준을 완화해 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이 충분한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현장 교사들과 교육 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채용이 완료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초등교육 전문성을 훼손하는 늘봄 기간제 교사 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늘봄학교 우선 운영 학교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중등 교사를 초등 교과 전담 수업에 투입하는 것은 초등교육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이자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늘봄학교라는 행정적 목표를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채우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내 학부모 이모씨(43·여)는 "제주북초는 IB 월드스쿨로 승인된 학교라 방과 후 교육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다른 학교, 특히 농·어촌 학부모들은 방과 후 자녀 돌봄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월룡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늘봄학교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학교 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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