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겁박의 시작: 조선 지렛대 삼고 초당적 외교 전개해야

  • 등록 2025.03.10 13: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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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관세 4배” “반도체법 폐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겁박 ... 한국 콕 집어 발언한 트럼프
FTA 체결국 예외 두지 않아 ... 야야의 초당적 지원 필요해

 

4년간의 재수 끝에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정조준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폐지, 알래스카 가스관 건설사업 참여 등 4종 세트를 동원해 압박했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우려했던 관세와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를 동시 거론하면서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액션을 취한 셈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다른 방식으로도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당장 팩트가 틀린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對美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했다. 한국이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임을 지목한 것 같다. 그러나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98%의 품목에 관세율 0%가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임 정부가 법으로 정한 것도 뒤집을 태세다.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하다”며 폐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 돈(반도체 보조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원하는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약속한 삼성전자(47억5000만 달러)·SK하이닉스(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국 내 에너지 개발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일본과 한국, 여러 국가가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의 투자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썩 달갑지 않은 초대장이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최북단 가스전부터 태평양 인접 지역까지 1300㎞의 가스관을 건설해야 한다.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데다 북극의 혹한 때문에 1년 중 절반은 공사를 할 수도 없다. 액손모빌·BP 등 글로벌 석유사가 참여했다가 손을 뗀 이유다.

트럼프는 조선업 부활을 선언하며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조선(담당) 사무국을 신설하고, 조선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경쟁력을 의식한 발언이다.

트럼프의 한국을 콕 집은 일련의 발언은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주요 교역국 환율에도 민감하다. 트럼프는 3일 “중국 위안화든 일본 엔화든 이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고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로선 최근의 고환율이 저성장과 정국 불안 때문이지, 무역흑자를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원화가치 하락 유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대미 흑자를 줄이고 있는 점과 기업의 현지투자 확대로 미국 제조업 부흥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협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는 FTA 체결국이라고, 군사동맹국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알래스카 개발사업 참여와 조선업 협력 카드를 관세 협상 등의 지렛대로 삼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는 한국에 주어질 보조금과 미국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활용, 장기 구매 혜택 등 인센티브를 면밀히 따져 결정해야 할 것이다. 냉정한 손익계산에 바탕해 얻을 것은 챙기고 양보할 것은 내주는 거래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상처를 안긴다. 높은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그러자 트럼프는 5일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고율 관세 부과 예고와 수정 조치가 반복되면서 증시가 피로감에 싸여 있다.

 

 

반도체법도 마찬가지다. 상원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보조금 폐지에 반대했다. 미국 밖 국가들의 반발도 심상찮다. 유럽과 중국의 미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전기차 테슬라의 1월 유럽 판매와 중국 생산량이 급감했다.

트럼프의 관세폭격 위협에 무방비로 당할 수는 없다. 관세 쇼크에 따른 미국 내부 혼란과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와해된 통상·경제안보 리더십을 복원하고, 미국 내 트럼프 반대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압박 공세에 한국이 전략적 가치가 있음을 부각시키는 외교력이 요구된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원전·방산·반도체·조선 등의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한국이 필수적인 고리라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상외교가 공백인 상황에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정부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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