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선거사무소가 있는 연동 152-2번지, 옛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이재명 선거사무소 및 지지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0/art_17473799958829_ba2bd7.jpg)
선거사무소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다.
정치가 뿌리내리는 거점이자 표심이 흐르는 방향을 짚어주는 풍향계다. 거리 유세보다 앞서 더 오래 유권자의 시선에 각인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래서 '어디에 사무소를 차렸는가'는 곧 '어디를 향해 선거 전략의 중심을 두었는가'를 보여준다. 공간의 선택은 곧 메시지다.
제주에서도 제21대 대통령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정당들이 마련한 선거사무소의 입지는 각 당의 전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당들이 선택한 '입지'는 단순한 위치를 넘어 이들이 겨냥한 유권자층의 성격과 제주지역 판세의 미묘한 균형을 드러내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시 연동 152-2번지, 옛 아파트 모델하우스 자리에 '제주 선대본부'를 열었다. 이 자리는 연삼로를 따라 도청, 시청, 도의회를 잇는 행정·정치의 중심 축 위에 놓인 핵심 입지다. 제주의 '지정학'에서 가장 높은 상징성과 접근성을 갖춘 공간으로 꼽힌다.
연동은 단순한 도심지가 아니다. 제주도의 정무, 경제, 관광, 언론 기능이 집중된 '도심의 교차점'이다. 대중교통 환승이 많고 제주공항이 가까워 외지인의 첫 진입 경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행정 중심지를 넘어 중산층의 주거지로서도 입지를 키워왔다. 30~50대 유권자층이 밀집한 '실질적 생활권'이자 확장 전략의 거점이다.
민주당이 이곳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 상징성과 조직 확장의 전략적 여건을 모두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동은 민주당의 안정적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민주당은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중심에서 외곽으로’ 퍼지는 집중과 확산의 선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제주시 을 정당선거사무소의 전경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1/art_17476133091755_a1ade4.jpg)
국민의힘은 제주시 도남동 60-3, 제주시을 당협 사무실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이 지역은 구도심과 신제주를 잇는 접경지대이자 제주시청·법원 등 주요 공공기관이 밀집한 관문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도남동 일대는 한때 신도심으로 불릴 만큼 관공서와 아파트 단지가 조화를 이루던 지역이다. 행정·교육·법조 기능이 교차하는 전략적 지점이다. 최근에는 신제주권의 확장이 이어지며 생활권 중심지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곳을 선택한 것은 구도심의 상징성과 행정·법조축 중심이라는 기능적 의미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지지층이 여전히 두텁게 분포한 권역이면서 변화에 대한 정서적 안정감을 갖춘 유권자 층과의 접점을 확보하기에 적합한 입지다.
외연 확장보다는 조직 결속을 통해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다지고, 도심 동서권역으로 메시지를 뻗어가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중심에서 약간 비켜서 있지만 오히려 그 균형감이 '재정비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제주시 외도동 개혁신당 제주시 선거사무소의 전경이다. [개혁신당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0/art_17473795943064_c9e372.jpg)
세 정당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고 도전적인 입지 전략을 택한 곳은 개혁신당이다. 이들은 제주시 우정로11길 13, 외도동 주거지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이 일대는 도시재생과 주거정비사업이 집중되며 30~40대 맞벌이 세대가 대거 유입된 지역이다.
전통적 정치 중심지와는 다소 거리를 둔 이 전략은 '생활 속의 정치'를 강조하려는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의 중심보다 유권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 세대와 생활을 직격하는 메시지다.
특히 제주지역은 청년세대 순유출, 주거 불안,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세대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개혁신당은 '미래의 정치'를 생활권에서부터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세가 아닌 일상 접촉, 선언이 아닌 체험의 공간으로 선거를 설계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의 정치·행정 중심인 연동을 선점하며 중심 공간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외곽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심을 잡은 자가 판세를 흔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도남동이라는 접경지대에서 보수 지지층과의 결속을 다지며 변화보다는 수성, 확장보다는 재정비의 메시지를 공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기존 정치의 질서와 단절된 신주거지에서 세대와 생활 중심의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새 정치'의 실천을 공간에서부터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입지에는 철학이 담긴다. 중심을 고수한 정당, 전통을 지킨 정당, 새로운 표심을 향해 들어간 정당. 세 개의 주소만으로도 이번 선거의 흐름과 긴장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1/art_17476134794122_5f884c.jpg)
제21대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 혹은 재창출의 갈림길을 넘어 제주 내부에서도 세대 재편과 도시 구조 전이, 유권자 기대 변화라는 다층적인 격변을 동반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심을 사수하며 전통적 확장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공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반면 개혁신당은 제주 사회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세대와 함께 ‘청년 설계자’로서의 입지를 공간 선택에서부터 구체화하고 있다.
제주도내 한 정당 관계자는 "예로부터 '제주 표심이 전국 민심의 흐름을 먼저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받아왔다"며 "지난 대선에서는 이 흐름이 다소 빗나가긴 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다시금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세 정당 모두 제주를 결코 놓칠 수 없는 격전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당3색' 선거명당 도전이 서서히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