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성장’ 비상 … 새 정부 과제는 구조개혁과 일자리 창출

  • 등록 2025.05.19 13: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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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KDI 14일 0%대 성장률 전망
0%대 전망한 글로벌 IB 8곳 ... 경기침체 공포 현실화 징후
고용시장 벌써부터 타격 받아 ... 제조업 고용자 10개월째 강조
새 정부 해야 할 일 더 늘어나 ... 일자리 창출 위해 제도 정비해야

 

끝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14일 한국 경제에 대한 ‘0%대 성장률 전망’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2월 1.6%로 전망했던 것을 이번에 0.8%로 낮췄다. 3개월 새 성장률 전망치가 반토막 났다.

그동안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 8곳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4월 말 0.8%로 한달 새 0.6%포인트 급락했다.

KDI의 수정 전망치는 IB 평균과 비슷하지만 정부기관이나 국책연구원 중 처음으로 0%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KDI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등에 따른 내수 부진이 0.3%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봤다. 수출과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민간소비 증가율도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투자·내수의 동반 급랭이다.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커지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시장은 벌써 실물경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규직 비중이 높고 처우도 괜찮은 제조업 취업자가 4월에 12만4000명 줄었다. 10개월째 감소행진이자 2019년 2월(-15만1000명) 이래 6년 2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대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물건을 만들어 팔고, 국내 신증설 투자를 주저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불황 상태인 건설업은 취업자가 15만명 줄며 12개월째 뒷걸음했다. 내수 부진 탓에 4월 도소매업 취업자도 3000명 줄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20대 후반 취업자는 1년 새 9만8000명 줄며 1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0.5%포인트 뛰며 7.3%에 이르렀다. 사실상 실업자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1만5000명 늘었다.  

 

음식·숙박업 등의 시간제 알바는 생활비를 벌려는 중장년층이, 업무 경험을 갖춘 이들을 뽑는 기업의 경력직은 30대 위주로 채용되면서 20대 청년들은 취업시장 첫 문턱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고용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 탓이 아닌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 전통 제조업은 자동화,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철강 등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며 구조조정해야 할 처지다.

미래 성장동력인 신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데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낡은 규제가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인공지능(AI)·바이오 등의 미래 산업에 걸맞은 인재 양성과 투자도 빈약하다. 

제조업은 400만명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력산업이다. 수출·고용·세수의 기반인 제조업이 흔들리면 경제 펀더멘털도 허약해진다. 제조업 공동화 위기는 청년 일자리 악화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6·3 대선 이튿날 출범할 새 정부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할 텐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악화일로의 제조업·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 법적 정년 연장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은 강화해도 청년층의 신규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법인세·상속세 감세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새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인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싶도록 규제 및 입법의 불확실성을 덜어줘야 한다. 일자리 창출 연쇄효과가 큰 AI, 관광·문화,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이 1988년인데, 37년째 시범사업만 하면서 맴돌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한국 경제의 0%대 성장률 전망과 제조업·청년 일자리 감소를 가벼이 봐선 안 된다. 누가 ‘더 많이 주느냐’ ‘더 크게 감면해주느냐’의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미래 경제·사회에 대한 구조개혁과 산업대전환 청사진을 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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