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양문형 전기저상버스 추가 도입 계획이 환경부의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양문형 전기저상버스가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섬식 버스정류장에 정차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1/art_17476999949642_80e41a.jpg)
제주도가 추진 중인 양문형 전기저상버스 추가 도입 계획이 환경부의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선 혼선, 낮은 이용률, 전시행정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제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이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9일 제주시 서광로에 전국 처음으로 개통한 섬식 버스정류장에 양문형 전기버스 100대를 투입했다. 섬식 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정류장을 설치해 양방향 버스가 동시에 승하차할 수 있는 구조로 양쪽에 출입문이 있는 차량만 운행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개정한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도가 현재까지 도입한 해당 모델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1회 충전 주행거리 350㎞ 이상 차량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강화했지만 도가 도입한 차량은 332㎞로 기준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도가 올해 하반기 동광로 2.1㎞ 구간에 추가 개통을 계획 중인 섬식 정류장에 투입할 예정인 양문형 전기버스 43대도 보조금 지원이 불투명해졌다. 해당 차량은 1대당 약 4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보조금이 제외될 경우 모두 20억원 이상의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차량 제조사인 우진산전은 배터리 성능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8월까지 환경부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섬식 정류장 추가 개통은 12월로 예정돼 있어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보조금 제외 조치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양문형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우진산전이 유일하다. 해당 모델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장기적으로 도내 간선버스 489대를 모두 양문형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차량 성능 개선과 인증 일정이 늦춰질 경우, 전체 간선노선 전환 계획 역시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제주 BRT 사업은 노선 적정성, 이용률 저조, 운영비 과다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비판 속에서 출발했다. 최근 개통한 서광로 구간에서도 정류장 진입 혼란, 택시 접근성 문제, 구조적 불편 등 지적이 잇따르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번 보조금 제외 사태는 행정의 설계 단계부터 기술 검토와 기준 변화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정책 실패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의 적극적인 해명과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와 일정 차질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도 민원 게시판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이럴 거면 왜 시작했냐", "기존 방식이 오히려 예산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노선부터 제대로 짜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