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수형인에게 처음으로 직권재심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2월 11일 제주4·3 직권재심 법정의 장면이다. [연합뉴스]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21/art_17479009598507_6c5c5d.jpg)
제주4·3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수형인에게 처음으로 직권재심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1949년 내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92세 생존 수형인이 76년 만에 법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제주도는 22일 4·3 사건 당시 일반재판을 통해 내란 음모 및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A씨가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판결은 4·3 희생자로 공식 인정되지 않은 일반 수형인에 대한 첫 직권재심 무죄 선고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49년 당시 16세 소년으로 이웃의 신고로 체포돼 약 3개월 동안 제주경찰서에 수감되며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당시 제주에서는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 관행이 만연했다. A씨 역시 '법령 제19호 위반 및 일부 내란방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석방 이후 A씨는 6·25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다리에 포탄을 맞는 부상을 입었고, 이후 서울로 이주해 현재는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다. A씨는 고향을 떠난 이후 4·3 희생자 신고나 재심 청구 절차에 대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최근에야 관련 사실을 접하고 재심 절차에 참여하게 됐다.
재판은 고령인 A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제주지방법원과 도, 직권재심합동수행단, 사법연수원의 협의를 거쳐 A씨의 거주지 인근인 고양시 사법연수원 형사모의법정에서 진행됐다. 법정에는 제주도 관계자들과 4·3유족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A씨가 법정에서 4·3 당시 겪었던 고통을 증언하는 순간 재판장은 숙연한 분위기에 잠겼고,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주지방법원은 "이번 결정은 고령 등의 사정으로 권리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4·3 생존 수형인들에게 재심 청구와 사법적 구제의 계기를 마련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4·3 특별법'에 따른 직권재심은 희생자로 결정된 군사 및 일반재판 수형인을 대상으로 검사가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제도다. 하지만 A씨는 아직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이번 재심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지난달 16일 청구됐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희생자 미결정자에 대한 직권재심은 군사재판 수형인 2명에 한정됐으며, 일반재판 수형인의 무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4·3 관련 수형인은 모두 4327명이다. 이 중 2640명(군사 2168명, 일반 472명)에 대해 직권 또는 청구 재심이 이뤄졌다. 이 중 2518명(군사 2167명, 일반 351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판결은 일반재판 수형인 중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분에 대한 첫 직권재심 무죄 선고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형된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