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기초단체 부활 ... 유지? 반대? 전환? '대선후보 4인4색'

  • 등록 2025.05.30 14: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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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자치'는 공감대, 그러나 해법 달라 … 각자 다른 셈법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과제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다시 한 번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현행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로 전환하는 이 계획은 각 정당 후보들의 상반된 입장에 따라 향후 추진 동력과 시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는 단순한 지방자치 모델 변경을 넘어 제주도의 독립성과 분권 가치를 둘러싼 상징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도-행정시 체제로 광역·기초 행정구조를 통합했지만 행정시가 제주도 산하기관에 머물며 자치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제주 행정의 독립성과 지역 대표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기초자치단체 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가 추진하는 개편안은 주민투표를 통해 3개의 기초시와 기초의회를 부활시키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의원을 직접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기초의원 수는 40명 규모로 예상된다. 광역의회 정수는 축소된다.

 

그러나 ‘제주시를 동·서로 분할’ 하는 구상에 대해 지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민밀집도·생활권 차이, 기초의회 기능, 행정 효율성 등을 두고 '도민사회의 합의 부족'이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8일 발표된 정책공약집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주민투표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공식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소멸 대응과 행정자치 혁신을 위해 제주만의 독자적 기초자치단체 모델을 도민의 뜻으로 결정하겠다"며 도민의사와 공감대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후보의 입장은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강조해 온 '주민투표-공론화-합의'의 3단계 절차와도 궤를 같이한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단순한 구조 개편이 아니라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공약 발표 전에도 이재명 후보는 SNS 메시지·선대위 발언을 통해 "도민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공항·관광 등 다른 제주 현안과 마찬가지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도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도민주권의 실현'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후보가 소속된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주시 동서 분할 방식을 둘러싼 의견차가 뚜렷하다.

 

실제로 김한규 민주당 의원(제주시 을)은 "제주시를 동서로 나누는 것은 단순히 행정 효율성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생활권·문화권의 통합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현재 행정시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두되 이를 기초자치단체로 승격시켜 주민이 시장을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개편안의 구체적 형태와 추진 속도는 도민 여론과 당내 합의라는 또 다른 과제를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 자체를 '퇴행적'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흐름은 광역화·통합화인데, 제주형 기초단체 부활은 이 흐름을 거스르는 과거 회귀"라며 정치적 목적에 따른 무리한 제도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행정구역 개편이 도민 삶에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정치인 자리 늘리기'로 보는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역시 후보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며 제주도정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방식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당은 "행정체제 개편안이 주민투표를 통해 도입될 만큼 충분한 공감대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실제로 도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 시점에서의 기초단체 부활은 도민사회 내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제주형 개편안이 지역경제 회복·지역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 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현재 제주도정이 역점을 두고 있는 주민투표 추진부터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확대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주를 '지방분권 선도 모델'로 삼겠다"며 중앙정부 권한의 단계적 이양과 주민자치회 확대, 참여예산제 활성화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제주를 '실험 정신이 살아있는 섬'으로 규정하며 지역 주도 행정체제 개편을 지원하겠다는 포괄적 방향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자체를 공식 공약집에 명시적으로 담지 않았다. '지방분권·주민자치 강화'라는 큰 틀의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기초시 설치라는 제주도정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혁신당 제주선거대책위원회도 '주민자치·분권 확대'라는 원론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행정체제 개편 방식과 속도는 도민의 공론화와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개혁신당이 단순히 기초단체 부활 자체보다는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제주형 행정모델의 '실험성'을 더 중요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이준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제주도정과 도민사회의 합의, 주민투표 결과를 전제로 한 단계적·유연한 접근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개혁신당이 정책 실험과 분권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지역 공론화와 도민 의견을 더 중시하겠다는 신중론으로 요약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초자치단체 복원을 '주민자치 실현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네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지지 입장을 보였다.

 

권 후보는 "전국에서 제주에만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민들이 직접 지역을 운영하는 정치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 직선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초의회 부활을 통해 지역주민의 의사가 의회까지 반영되는 진정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정치개혁의 첫걸음'으로 정의하며 제주형 기초단체 설치를 행정체제 개편이 아닌 정치·민주주의 혁신 과제로 승격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권 후보는 단체장 직선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까지 함께 언급하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넘어 '제주형 정치개혁 패키지'로까지 확대해석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제주도의 행정개편을 넘어서 중앙정치의 기득권 구조와 맞닿아 있는 문제로 규정돼 있다.

 

권 후보의 입장은 진보정당 특유의 주민참여·직접민주주의 확대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제주 사회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전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닌 제주의 정치·사회적 실험정신을 재확인하는 선언적 의미로 평가된다.

 

 

도는 이미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했지만 과거 2005년 주민투표 당시 참여율이 36.7%에 그쳤던 점을 의식하고 있다. 주민투표 투표율이 낮으면 개편 추진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주시 동·서 분할 방식, 생활권·경제권 갈등, 정치권의 정파적 계산 등이 얽혀 있어 내년 7월 기초단체 출범까지는 상당한 논의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단순한 기초단체 신설을 넘어 제주형 자치분권의 미래와 지역 균형발전의 해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서 제주 유권자들이 내리는 선택은 향후 10년간 제주행정체제의 토대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의사표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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