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에서 찾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외부 전경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6/art_17506401905196_dbe0de.jpg)
제주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라가 사라지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에서 찾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3일 "제주 연안에 서식하던 소라(Turbo sazae)의 개체군 감소가 단순한 먹이 부족이 아닌 고수온에 따른 면역 기능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KIOST 제주바이오연구센터와 열대·아열대연구센터,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해양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제주와 동해안에 서식 중인 소라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군임을 확인했다. 제주 바다에서 자란 소라 유생이 해류를 따라 북상해 동해 연안에 새로 정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석회조류 섭식하는 소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6/art_17506402224259_72c98b.jpg)
또 이번 연구는 소라 개체 수 급감의 직접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에 따른 면역력 저하를 지목했다. 지금까지는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먹이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돼 왔으나 실제로는 먹이 변화가 소라의 생식 기능이나 생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제주에서는 최근 몇 년간 고수온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 바다에서 나타난 이 같은 생태 이상은 전국 해양 생물 분포 변화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해양환경공단의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 따르면 소라의 서식 범위는 2018년 기준 북위 37도, 울진 인근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은 해양 생물의 생존 조건을 바꾸는 핵심 변수"라며 "이번 연구는 제주를 기점으로 한 생태 변화의 과학적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소라를 포함한 저서생물 생태계의 변화는 어업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제주도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 강화와 연안 해양환경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