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중용 내각 … ‘일하는 실용정부’, 현장 중시 정책 기대한다

  • 등록 2025.06.30 1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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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기업인 대거 영입한 새 정부
李, 강조한 실용주의에 부합 ... 과거 정부와 다른 행태 보여
국정 수행 긍정 평가 62.0% ... 정부 출범 때 초심 잃지 않아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곳곳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행태와 메시지가 보이고 읽힌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눈이 띄는 부분은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된 배경훈(49)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은 한국형 추론 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앞서 대통령실에 합류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출신 하정우(48) AI 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AI 드라이브’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 지명된 한성숙(58) 전 네이버 대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네이버를 빅테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수장으로 전문가를 발탁한 적이 있었지만 교수 출신이 많았다. 이번처럼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실전형 전문가들로 관련 부처 라인업을 형성하진 않았다.

요컨대 ‘AI 3대 강국’ 달성, ‘소버린(주권) AI 개발’ 등 새 정부의 핵심 도전 과제를 기업인 출신들의 혁신 역량에 바탕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에 부합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된 점도 눈에 띈다. 정권 교체 이후 직전 정부 장관이 유임된 첫 사례다. 생각이 달라도 업무 역량이 뒷받침하면 중용한다는 탕평·통합 인사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망법’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인물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골자다. 송 장관은 “부작용 우려가 있으니 재고하자는 취지였다. 희망의 법으로 바꾸겠다”고 해명했다. 그의 유임을 반대하는 농민단체·진보정당과 결자해지하고 새 정부 국정철학에 맞는 농정을 펴나갈지의 시험대에 섰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내정한 점도 파격이다. 주 4.5일 근무제 도입, 법정 정년 연장, 노란봉투법 등 기업이 부담스러워하는 노동정책들을 조화롭게 추진해낼지 노동계와 경제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때 정책공약집에서 ‘진짜 성장’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인사가 ‘진짜 혁신과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인 출신들이 갖춘 혁신역량과 속도, 실행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관료주의에 갇히지 않고, 경제 회생과 디지털 전환 및 산업 경쟁력 강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기여하도록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의 현장 중시 정책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이뤄내야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로서 인정받고 기억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 실천 창구로 6월 24일 국민 사서함을 열었다. 경제·민생, 사회, 정치, 외교·안보 등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온라인으로 질문을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높고 시의성이 있는 국민 의견에는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질의응답 과정도 6월 24일부터 K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그동안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인용 처리됐던 백브리핑의 실명 보도가 가능해졌다. 기자들을 비추는 카메라도 설치해 질문하는 기자의 얼굴과 소속, 실명이 나갔다. 수십 년 된 관행을 깨니 어물쩍 넘어가는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격적인 질문을 마다하는 기자들도 숨을 곳이 없게 됐다.

이런 국정 변화가 통했는지 6월 넷째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62.0%로 2주 전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전국 지표조사·그래픽 참조). 한편에선 과거와 비슷한 구태도 발견된다. 친구에게 부동산을 맡겼다가 소송을 걸어 돌려받았다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낙마했다. 내각의 남은 부처에는 적재적소 인사가 중요하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도 긴 안목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이어야 한다. 과거처럼 특정 부처의 일부 조직이나 기능을 뗐다 붙였다 하는 식에서 벗어나 대내외 환경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춰 면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라고 하면 엄청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국민의 충직한 일꾼이자 제1시민에 불과하다”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가 출범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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