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장 가까운 샘 '백록샘' ... 54년 만에 첫 공개

  • 등록 2025.07.05 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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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해발 1675m에 자리한 용출형 샘물 ... 생태·지질 가치 탁월

 

제주 한라산 해발 1675m 지점에 자리한 샘물 '백록샘'이 국립공원 지정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 샘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용출형 샘물로, 한라산의 숨은 자연유산으로 평가받는다.

 

5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이날 언론인과 연구자 등 관계자들이 공식 허가를 받아 백록샘을 탐방했다. 백록샘은 영실코스를 따라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오른 뒤 돈내코 방향으로 약 15분가량 하산해 비탐방로를 따라 접근할 수 있다.

 

백록샘은 일반적으로 빗물이 고여 형성된 백록담과 달리 화산암반층 사이로 흐르는 지하수가 지표로 솟아나는 '용출형 샘물'이다. 하루 평균 210톤의 수량을 유지한다. 이 물은 동홍천을 거쳐 원앙폭포와 효돈천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앞바다까지 약 18㎞를 흐른다.

 

이날 현장을 찾은 탐방객들에 따르면 샘물의 깊이는 정강이 정도였다. 수온이 매우 낮아 손을 오래 담그기 어려울 만큼 차가웠다. 전문가들은 장마가 짧고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던 올해에도 꾸준한 수량을 유지한 점에 주목하며 백록샘의 수문학적 가치에 감탄을 표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연문화연구소 소장은 "예전 한라산을 방목지로 사용하던 시절, 이 물은 생명의 원천이었다"며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수원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김종갑 제주도 한라산연구부 과장은 "이처럼 높은 고도에서 지하수가 솟아나는 현상 자체가 드물고 이 물로 고산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생태·지질·경관적 가치가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백록샘'이라는 명칭은 공식 지명이 아니다. '보습코지물'이나 '붉은오름물' 등으로도 불렸는데 이는 주변 지형과 식생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전해진다.

 

한편 백록샘 인근에는 제주 출신 산악인 고(故) 오희준씨를 기리는 기념 돌탑 '캐른(Cairn)'이 세워져 있다. 오씨는 에베레스트, 북극점, 남극점을 모두 정복한 세계적 산악인이다.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 중 눈사태로 숨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백록샘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와 보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7일부터 24일까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백록샘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백록샘뿐 아니라 구상나무 대표목 탐방도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2일 사전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수천 명이 몰리며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애초 계획했던 하루 50명씩 이틀간 100명 대상이었던 탐방은 2630명의 예약이 접수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도는 이들 모두가 탐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차를 추가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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