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장난=패가망신’ 보여줘야 … 李 공약 코스피 5000의 전제

  • 등록 2025.07.14 10: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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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증시 교란 ‘원 스트라이크 아웃’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 발표 ... 한국 증시 고질병 불법행위
처벌까지 3년 가까이 걸려 ... 부당이득 대비 처벌 가벼워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인 기반 감시체계로 바꾸면 감시 및 분석 대상이 약 40% 감소하고 불법성 여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다. 증시 불공정 거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2000년대 중반 코스닥 최악의 주가조작 사건인 루보 사태, 허위 신기술로 부당이득을 챙긴 플래닛82 사건에 이어 2023년 대성홀딩스·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이 연루된 SG증권 사태가 터졌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현재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 사건이 빈발함에도 금융당국의 심리·조사 과정에만 15개월~2년이 소요됐다. 적발에서 재판을 거쳐 처벌하는 데까지는 3년 가까이 걸렸다. 게다가 부당이득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도 가벼웠다.

증시 불공정거래 행위로 기소된 사건 중 법원이 집행유예 처분한 비율이 2021년 최고 61.5%에 이르렀다. 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큰 탓에 재범률도 다른 범죄보다 높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에야 범죄수익의 최대 두 배 과징금 부과, 조사 단계부터 불법 이익이 의심되는 계좌의 지급 정지 등 제재 조치를 도입했다.

증시 범죄는 적발과 대응이 늦어질수록 투자자의 피해 규모가 커지는 속성을 지닌다. 관련 기관들이 불법 의심 거래를 발견한 초기에 기민하게 대응해 피해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예외 없이 강력 제재함으로써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

주식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부실 기업에 대한 신속 퇴출 방침도 뒤늦은 감이 있다. 이와 더불어 자격 미달 기업들의 뻥튀기 상장도 차단해야 한다. 객관적 실험 데이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임상시험 등의 재료로 주가를 띄우는 기업들도 있다. 상장 조건과 심사를 보다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의 구조와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관련 범죄가 다양하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가상화폐,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 추세와 맞물려 신종 자본시장 범죄가 출현할 위험성도 커졌다. 금융당국의 감시 수위와 대응 역량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주가조작이나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펀드나 금융업체도 엄히 다스려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의 범죄를 신체·재산형으로 강력 처벌한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운영 성과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별도 조사기구를 두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 SEC처럼 상설 조직화하고 기소권을 부여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교란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에서 형량을 더욱 무겁게 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는 1400만명을 넘는다. 증시는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이자 개인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한다. 주가조작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튿날인 10일,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돌파하며 반겼다. 코스피지수는 4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 행진하고 있다.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강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다시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불공정거래와 범죄행위가 판치는 주식시장에서 밸류업이 가능하겠는가.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풍토를 확립해야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모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도 가능해질 것이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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