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해수욕장 해변 입구 앞에는 해수욕장 내 금기사항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4751295303_36c444.jpg?iqs=0.4181300442331737)
"해수욕장을 갔는데 제 파라솔 하나 못 펴는 거예요."
제주 함덕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이모씨는 아이들과 함께 그늘을 만들기 위해 접이식 파라솔을 꺼내려다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해변 한쪽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개인피서용품 이용방해 10만원 과태료'라는 문구와 함께 큼지막한 금지 표시가 줄줄이 붙어 있었습니다.
혹시 몰라 관리요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개인 파라솔은 설치하실 수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해변은 파란색 대여용 파라솔로 가득 차 있었고,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공공의 공간에서 '내 자리 하나' 펴기 어려운 해변의 현실입니다.
제주는 '해수욕장의 섬'으로 불릴 만큼 여름이면 관광객과 도민 모두가 해변을 찾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막상 모래사장에 들어서면 자리를 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함덕 해수욕장 내 파라솔 구역이다. 파란색 유료 대여용 파라솔이 설치돼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4751200466_36b664.jpg?iqs=0.4094437996724456)
도내 주요 해수욕장의 파라솔 구역은 대부분 유료 대여용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파란 천막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장관처럼 보이지만 그 그늘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개인 파라솔을 설치하려면 관리요원이 다가와 "여기는 안 됩니다"라며 제지합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변은 열려 있는데 앉을 자리는 닫혀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제지의 근거로는 해변 입구마다 설치된 금지사항 안내판이 활용됩니다. 안내판에는 '개인피서용품 이용방해 시 과태료 10만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문구는 타인의 이용을 방해하는 무단 설치나 상업 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개인 파라솔 설치 자체 금지’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용자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대여 파라솔을 이용하거나 그늘 없이 해변을 즐기거나입니다.
이러한 운영 구조는 도내 다른 해수욕장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도내 한 언론에 따르면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캠핑용 의자 하나 펼치려다 제지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나타나 "여긴 마을회가 점용 허가를 받은 곳이라 개인은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피서객은 물놀이도 하지 못한 채 해변을 떠나야 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마을회는 제주시로부터 해변 앞 72㎡ 구역에 대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고 여름철 피서용품 대여와 계절음식점을 운영 중입니다. 사용료는 한철 22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물놀이 구역 바로 앞의 주요 공간을 독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함덕해수욕장 내 가장 오른편(서우봉 방향)에는 개인 파라솔 설치 장소가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4751268096_8718f6.jpg?iqs=0.22329791633463414)
마을회 측은 "우리가 돈을 내고 운영하는 구역"이라며 "파라솔 이용객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개인 피서용품 설치를 제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제이누리>와의 통화에서 "백사장에서 캠핑의자나 개인 피서용품 사용까지 막는 것은 안전사고 방지와는 관련이 적고, 자칫 과도한 제지가 될 수 있다"며 "관할 읍사무소와 해수욕장 점·사용 허가 단체에 해당 사례를 공유하고 이용자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공공재 독점 운영'에 대한 비판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행정은 올해 역시 해수욕장협의회를 통해 마을회 중심의 운영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고, 구조 또한 변함없이 반복됐습니다.
현재 도내 12개 해수욕장은 마을 주민자치회 또는 위탁 단체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해변은 법적으로 '공유수면'으로 분류돼 지자체로부터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허가를 바탕으로 파라솔 구역이 조성되지만 대부분의 공간이 대여용 파라솔 전용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개인 이용자는 파라솔을 펼 자리를 찾기조차 어렵고, 현장 요원들은 '개인 설치 가능 구역'조차 안내하지 않거나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이누리>가 확인한 함덕해수욕장 역시 1·2구역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개인 파라솔 설치 구역에 대한 어떤 안내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공의 공간인 해변이 사실상 특정 단체의 수익 기반으로 굳어진 구조입니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는 앞쪽에 개인 파라솔이 자유롭게 설치돼 있고, 그 뒤편으로는 시에서 운영하는 대여용 파라솔이 정돈돼 있다. [출처=네이버 블로그]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4753427309_5b1d4a.jpg?iqs=0.15234722649559418)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구청이 직접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파라솔 대여 구역 외에도 개인 파라솔을 설치할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함덕해수욕장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함덕은 해변 가장자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역에서 개인 파라솔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해운대는 중앙의 주요 혼잡 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에서 개인 파라솔 설치가 허용됩니다.
물론 해운대 역시 밀집도 조절 등 안전 관리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시민이 자신의 피서용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는 제도 안에서 보장받고 있는 구조입니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은 더 자율적인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개인 파라솔을 펼 수 있으며, 대여 요금은 시가 고시한 기준에 따라 운영됩니다. 특히 이용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머드광장 계단 앞과 분수광장 계단 앞 등 2곳을 프리존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자릿세나 강매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돼 단속 대상입니다.
이처럼 타지역은 공익과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이용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주와는 운영 철학 자체가 다릅니다.
마을이나 위탁받은 단체에서 해수욕장 내 개인 파라솔 사용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입니다. 이 조항은 해수욕장 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를 위해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피서용 시설물의 설치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는 이를 위반했을 경우 1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라솔 사용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며 허가되지 않은 구역에 무단 설치하는 경우에만 제재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법이 '개인 사용 전면 금지'로 왜곡돼 적용되고 있고, 허가 구역 밖에서도 명확한 안내나 구분 없이 일괄 제지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월정 해수욕장에 많은 이용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29/art_17524754878035_c52f4e.jpg?iqs=0.8498713143148244)
해수욕장은 누구의 것입니까?
공공의 공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합니다. 운영 구조는 투명해야 하며 대여 구역과 개인 이용 구역은 명확히 구분돼야 합니다. 수익 구조와 사용료, 허가 절차도 공공의 기준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해변을 찾은 도민과 관광객은 단지 바다를 보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늘 아래에서 가족과 하루를 보내고, 물놀이를 즐기고, 편히 쉬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파라솔 하나 펴는 일조차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그곳은 과연 진정한 공공재라 부를 수 있을까요?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권리를 제약한다면 이제는 우리도 외쳐야 합니다. 잠깐만요! 제 그늘은 왜 없나요?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