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게시한 일부 현수막이 설치 기준을 어긴 것으로 확인돼 제주도가 철거에 나섰다. 제주도는 현장 단속을 강화하고 법령 정비를 통해 현수막 설치와 관련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횡단보도 위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이다. [제이누리 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0/art_17533197949816_74e15e.jpg?iqs=0.7596579334453095)
제주시내 주요 도로변에 부정선거 주장과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가 전수조사에 나서 위법 사항이 확인된 현수막 26건을 철거했다.
제주도는 지난 17, 18일 이틀간 도내에 게시된 정당 현수막 114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 설치방법·표시기간·수량초과 등 기준을 위반한 26건을 적발해 철거 조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설치방법 위반이 11건, 표시기간 초과가 10건, 읍면동별 허용 수량 초과가 5건이었다.
이번 조사는 일부 정당이 '6·3 한국대선 부정선거' 등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다수 설치하면서 도민사회에서 우려와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된 현수막은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게시됐다. '가짜 대통령인 줄 미국도 안다', '중국공산당 한국선거 개입' 등의 자극적 문구가 포함돼 사실 왜곡 및 외국 혐오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해당 현수막은 미국 정부가 대선 부정선거를 인정한 것처럼 오인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힌 바 없다. 단지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가 워싱턴에서 연 기자회견 내용을 확대 해석한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수막 내 일부 표현은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부추길 수 있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어 향후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은 정당법에 따라 최대 15일 동안 신고 없이 게시할 수 있다. 연락처와 게시기간을 명시하면 별도 허가 없이도 가능하다. 이는 2022년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지자체의 직접적 규제가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해당 현수막 내용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며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는 도민들의 불편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고 형식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일부 현수막에 대해서는 철거 조치에 들어갔다.
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당 현수막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행정시, 읍면동 공무원, 옥외광고물 안전관리단과 협력해 도내 주요 도로변과 현수막 집중 설치 지역을 대상으로 월별 정비 기간을 운영하고, 주 2~3회 정기 점검을 통해 위반 현수막에 대해 시정명령과 철거를 병행할 예정이다.
또 각 정당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거나 공문을 통해 불법 현수막 자제를 요청하고 시민 불편 사항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제도 개선 차원에서는 옥외광고물법 개정 또는 제주특별법 내 포괄이양 방식으로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정당 현수막 지정 게시대 확대, 설치 신고제 도입, 비방성 표현 제한, 도시미관을 고려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등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정당의 정치활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도민들의 일상생활과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현수막 내용의 적정성은 선거관리위원회 권한이지만 설치 기준 준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할 영역이다. 체계적인 단속과 제도 개선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선진적인 관리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