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반기 이자수익 21조원, ‘이자 장사’ 넘어 ‘생산 금융’의 길로 …

  • 등록 2025.08.04 09: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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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韓 금융업 땅 짚고 헤엄치기
4대 금융지주 순이익 10조원 ... 예금금리 인상 대출금리 제자리
실물 경제 지원 · 금융약자 보호 ... 금융업 본연의 임무 충실해야

 

한국에서 은행 등 금융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업종으로 통한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지 않은 채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이자만 받으며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10조3254억원으로 역대 최대이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증가율(10.5%)이 두자릿수다. 경기침체와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실물경제 위기감이 커져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며 울상인데 금융권만 배 불리며 웃는 모양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이 21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수익의 75%를 차지한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예금금리만 재빨리 내린 채 대출금리는 거의 낮추지 않은 탓에 이익이 급증했다.

금리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금융사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은행들은 대출금리에 금리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금융사 이자수익은 더 커졌다. 정부가 대출액의 80~90%를 보증해주니 떼일 걱정 없이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를 챙겼다. 그 결과, 지난해 0.5%포인트 안팎이던 4대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1.5%포인트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금융사들은 이렇게 손쉽게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을 배당, 자사주 소각 등에 사용한다. 경기침체 속 서민과 자영업자는 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리가 휘는데 금융사들은 연례행사로 성과급과 임금인상 잔치를 벌인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달라”고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의원 시절 ‘횡재세’ 성격의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금융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곧바로 움직였다. 7월 28일 금융권 협회장들을 불러 미래산업·벤처·자본시장 등 3대 분야 투자를 주문했다. 금융권은 첨단ㆍ벤처ㆍ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소상공인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활용을 약속했다.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대출에 안주해온 금융사의 경영 방식과 수익 구조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도 예대마진 축소, 금리산정 투명성 제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금융사 이자수익이 과도한 예대마진에서 비롯된 만큼 취약 차주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자를 조금이라도 깎아주는 상생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첨단 산업에 금융권 자금이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자금이 없어 혁신 사업을 시도해 보지도 못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도 금융사 자금의 생산적 투자 유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감독 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다. 금융사 건전성 지표인 위험가중자산(RWA)에서 기업대출 위험가중치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아 같은 대출을 하더라도 자본 부담이 큰 문제점이 지적된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정책 펀드나 벤처 투자 등의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술도,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만 과거 방식에 안주해선 안 된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해외송금 시 수수료가 적고 속도가 빠른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할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하던 대로만 계속하면 금융사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도태될 수 있다. 

국내 금융업의 경영 방식과 정부의 감독 방향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들이 효과가 적고 문제가 있다면 이젠 달리 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투자수익을 당당히 공표하고, 그 성과를 산업계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이자 장사’를 넘어 산업을 살리는 ‘생산 금융’의 길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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