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주시가 시청 소속 공무직의 종량제 횡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는 김완근 제주시장이다. [제이누리 DB]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832/art_17542931219535_f97741.jpg?iqs=0.2042340614816497)
제주시 공무직이 수년에 걸쳐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약 6억79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정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를 단순한 개인 비위로 볼 수 없다며, 윗선 책임자 조사와 행정 구조 개편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4일 논평을 통해 "횡령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직원뿐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상급 공무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도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관련 업무에 대한 전수조사와 구조 개편, 투명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제주지사 연봉 5년치, 9급 공무원 기준 22년치 급여에 달하는 금액이 수년간 조직 내부에서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특히 횡령된 금액 일부는 광역 폐기물 처리장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이도록 책정된 예산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종량제봉투 판매 수익의 10%는 주민지원기금으로 배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횡령으로 해당 기금이 누락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협의체 회의를 열고 시에 공식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건 경위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공무직은 봉투를 배송하며 현금을 수령한 뒤 "주문이 취소됐다"는 허위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고, 사무실 내근 직원은 이를 별다른 확인 없이 수기로 장부에 기록해 넘겨받았다. 전산 재고관리 시스템은커녕 최소한의 교차검증 절차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반적인 내부통제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지난달 29일 공식 브리핑에서 "일반 사기업에서도 재고 관리를 하는데 제주시에서 그것조차 없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책임 회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시는 현재까지 횡령 정황의 핵심 자료인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조차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경찰도 명확한 법 적용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사건의 여파는 시 행정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종량제봉투뿐만 아니라 주차장, 공영 유료관광지 등 현금을 취급하는 각종 행정 분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 삼도2동 주민 정모씨는 "공무원이 몇 년간 돈을 빼돌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다른 곳도 다 그렇게 관리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승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지난해 개정된 공공재정환수법은 단순한 환수에 그치지 않고, 부정수익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이자 환수, 제재부가금 부과 등 제재 수단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며 "반복되는 공공예산 부정수급 문제를 더 이상 관행이나 실수로 넘기지 않겠다는 법제도의 경고이자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에 보내는 경각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