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역 특급호텔 객실에서 환전상인을 살해하고 거액의 현금과 카지노 칩을 빼앗은 중국인 여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18일 강도살인과 범죄수익 은닉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중국인 여성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B씨(30대·여)와 C씨(40대·남)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내려졌다.
A씨는 지난 2월 24일 오후 제주시내 한 특급호텔 객실에서 환전 거래를 위해 찾아온 중국인 환전상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현금 8500만원과 카지노 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카지노 도박으로 수억원대 빚을 지고 여권까지 담보로 잡히자 채무 변제를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A씨는 훔친 현금과 카지노 칩이 든 가방을 공범들에게 건넸고, 공범들은 이를 다른 중국 환전상에게 전달해 중국 계좌로 송금받았다. A씨는 범행 직후 서귀포시 한 파출소를 찾아 자수했다. 공범 B씨와 C씨는 출국을 시도하다 제주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말다툼 도중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휘둘러 이를 막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박 빚으로 4억원 상당을 떠안은 A씨에게는 범행 동기가 충분했다"며 "피해자가 먼저 공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 가족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범행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공범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A씨가 범죄로 취득한 자금임을 알면서도 처분을 도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A씨에게 속아 범행에 가담한 점과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