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주택가 공원서 가출학생들 장기 노숙 ‘상상 초월’

  • 등록 2012.06.25 17: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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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하천 다리에서 아예 살림 차려…수거한 물품만 마대 8자루 분량

 

지난 23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에서 고교생 3명과 여중생 1명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가출한 뒤 노형동 소재 한 공원에서 노숙을 하다 주민에 의해 발견(?)된 뒤 경찰에 의해 지구대로 연행된 것.

25일 오후 학생들이 노숙했다는 공원을 찾았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있는 이 공원은 군데군데 하천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있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상상하기 힘든 이 다리 밑에서 학교수업이 끝나고 난 뒤 야간에 이곳에서 생활해 왔다.

다리 밑이나 옆에 있는 좁은 틈 사이로 들어가 빛도 들지 않는 철판으로 둘러싸인 다리 안에서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간 생활했다.

옷은 물론 라면, 음료수와 이불 등 먹고 자는데 필요한 것 등 말 그대로 ‘노숙’을 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물품들이 한가득 이었다.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공원관리사무소가 있지만 사무소 직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무소 직원은 “학생들이 관리사무소와 붙어 있는 화장실을 가끔 이용하기는 했지만 다리 밑에서 노숙을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겨하는 곳이다. 학생들이 야간에만 드나들어 주민들조차 몰랐던 것이었다.

학생들이 노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공원을 찾은 제주시청 공원녹지과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말부터 ‘어떻게 여기에서 노숙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없는 것 빼고는 다 나왔다’ 말을 하며 혀를 내둘렀다.

3시간 넘게 이곳에서 작업을 한 끝에 입구는 모두 차단되면서 다시는 들어갈 수 없게 조치됐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장을 찾았을 당시 상상외의 곳이라서 너무 놀랐다”며 “출입구 등은 모두 폐쇄했으며, 현장에 있던 학생들이 사용한 물건들도 모두 폐기처분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노숙했던 곳에서 수거한 물건만 마대 8자루 분량이다.

 

반면 경찰은 씁쓸하기만 하다. 노숙을 했던 학생들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며칠 뒤 또 다시 가출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조사했던 한 경찰관은 “부모들은 학생들이 장기간 가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인지 당황하거나 놀라는 표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며 생활했으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상현 기자 ksh56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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