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해녀에게도 여름방학이 있다면" … 회복의 바다를 향한 해녀전시회

  • 등록 2025.09.25 10: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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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해녀 이유정 기획 '해녀돌봄' 화두 … 12월14일까지 해녀박물관

 

제주 해녀들의 삶을 '노동'이 아닌 '쉼과 돌봄'의 시선으로 조명하는 특별 전시가 마련됐다.

 

제주시 이호동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과 청년 해녀 이유정이 준비한 기획전 '이호해녀의 여름방학'이 해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직접 포착한 빛과 물결, 뿔소라, 성게, 숨비소리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나온다. 생계와 가족을 위해 숨을 참아온 바다를 '여름방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전시 기획자인 이유정 해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해녀돌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그는 "해녀가 바다를 돌보듯, 바다도 해녀를 돌보아야 한다"며 "은퇴·고령 해녀의 삶을 사회적 돌봄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늘 바다를 위해 숨을 참아왔다. 이번엔 우리 자신을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만들었다"며 "해녀돌봄은 그 시간을 사회가 제도와 문화로 보장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작업 과정 또한 전시의 메시지로 포함됐다. 해녀들은 작업실을 '숨 고르기'의 공간으로 전환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자기돌봄의 시간으로 삼았다. 물질을 멈춘 손으로 물감을 올리고, 하루의 파도·물빛·체온·심호흡을 색과 리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했다. 이는 해녀가 돌봄의 주체이자 수혜자라는 인식 전환을 예술적 실천으로 증명한 것이다.

 

전시는 "만약 해녀에게도 여름방학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숨비소리의 잔향, 성게와 뿔소라의 질감, 이호 바다의 반사광은 쉼과 회복, 기록의 언어가 되어 은퇴·고령 해녀의 삶을 낭만화가 아닌 현실의 돌봄 프레임으로 비춘다.

 

이번 전시는 지역 공동체가 해녀들의 휴식과 건강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지 사회적 대화를 열어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유정 청년 해녀는 "해녀돌봄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선배 해녀들의 삶을 돌아보면 생계를 짊어지고 오롯이 노동으로만 살아온 모습이 떠오른다"며 "그 무게를 바라보면서 '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고민을 담아낸 작은 시작이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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