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도내 건설업체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외도동 390억원 규모의 삼부토건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 입구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9/art_17587628030045_91cafa.jpg?iqs=0.7236151147682971)
제주지역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도내 건설업체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 발주 물량이 급감하고 민간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도산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대금 체불 피해도 확산되는 상황이다.
25일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도내 건설업체는 92곳(종합 23곳·전문 69곳)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6곳(종합 12곳·전문 24곳)이 면허를 반납하며 시장에서 퇴출됐다.
올해 상반기 도내 건설업체 수주액은 1683억원(공공 1462억원·민간 221억원)으로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주지역 전체 건설 수주액 역시 2022년 2조2766억원, 2023년 1조6430억원, 지난해 1조2939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공공 공사 신규 수주액도 크게 줄었다. 2023년 5981억 원에서 지난해 3683억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48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은 올해 3월 기준 2500가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준공 후 미분양도 1600여 가구에 달한다.
![제주시 도남동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신사옥 건립 사업 현장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9/art_17587628123752_fb0810.jpg?iqs=0.804522401378107)
공사 중단으로 인한 체불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시 도남동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신사옥 건립 사업은 2021년 착공 이후 공정률 40%에 머문 채 4년째 표류 중이다.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간 분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난이 겹치며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공사가 중단됐고, 일부 하도급 업체들은 유치권을 행사하며 대금을 요구하고 있다.
유치권을 행사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제주도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이고, 문제를 풀 주체가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외도동 390억원 규모의 삼부토건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9/art_17587628098936_bb66f2.jpg?qs=1894?iqs=0.11899145276681034)
외도동 390억원 규모의 삼부토건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도 공정률 50%를 넘겼지만 현재 공사가 멈춘 상태다. 현장 입구는 굳게 닫혀 있고, 컨테이너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두 달 전 자금 집행 약속을 믿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래 공사를 이어온 업체일수록 도산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 장비를 직접 보유하고 일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임금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 대금 체불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수단이 제한적이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기계 노동자 5명의 피해액만 1억1000만원을 넘는다.
도는 건설업체 지원을 위해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공사 참여 기회 확대, 대형 건설사 협력업체 등록, 공공사업 하도급 참여 비율 상향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에서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시에 제2공항과 신항만 같은 대형 국책사업이 조속히 착공돼 도내 기업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대표 오모씨는 "낙찰 경쟁이 치열한 관급 공사조차 물량이 줄어 중소업체들의 버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형 국책사업이 본격 착공되기 전까지 건설경기 부진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현재로서는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굳게 닫혀있는 외도동 삼부토건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 입구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939/art_17587628050288_f70f53.jpg?iqs=0.3793819717946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