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공기관서 잇따라 터지는 횡령 … 왜 이러나?

  • 등록 2025.09.25 13: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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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현금징수·장기근무·업무분장 부실, 비위 반복 ... "내부통제 표준안 마련해야"

 

제주에서 연이어 드러난 공공기관 횡령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25일 제주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제주시체육회 직원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체육관 사용료 4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육회는 사용료를 현금으로만 징수하고 입·출금 업무를 단일 직원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스스로 만든 셈이다.

 

제주시청 공무직 직원의 횡령은 규모가 훨씬 컸다. 해당 직원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 대금을 빼돌려 모두 6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직원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으나 이미 대부분을 생활비와 도박 등에 탕진해 환수액은 4000만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장기간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환경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942명의 공무직 인원을 두고 있지만 인사 이동은 최소 5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장기 근무자가 특정 업무를 독점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직렬별 채용과 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행정 사무 인력이 보건 계열 업무를 맡거나 반대로 보건 인력이 회계·징수 업무를 보는 등 전문성이 결여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종량제봉투 판매대금이나 체육관 사용료처럼 여전히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하는 항목들이 남아 있어 제2, 제3의 횡령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금 수납 과정에서 2중·3중 검증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데다 내부 감시 체계마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도청 직원 전용 게시판 '존단이'에는 "5년을 근무해도 인사 이동을 시켜주지 않는 것이 문제", "한 곳에서 7년이면 오히려 짧은 편", "현금 수납 없앤다더니 여전히 많다"는 등 자조 섞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인사 이동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직렬별 채용과 업무 배정을 엄격히 지켜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모든 현금 징수 항목을 단계적으로 카드·계좌 이체 방식으로 전환해 관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욱희 한국감사협회장은 "장기간 동일 업무 담당이나 부실한 업무 분장,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 배치는 조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크게 훼손한다"며 "기관의 성격에 맞는 직원을 배치하고 내부통제 표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좌열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감사위원은 "공공기관의 부패·비위행위 발생 원인으로 내부통제 미흡과 조직 구성원의 윤리의식 부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기관 차원의 강력한 내부통제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연이은 횡령 사건은 개인 비위라기보다 장기간 누적된 인사제도와 회계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 행정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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