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열렸지만 2025년의 유산과 숙제는 진행형이다. 고환율, 고물가,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과 고월세 등 ‘3고(高) 속 저성장’의 복합위기에 처했다. 1400원대 원ㆍ달러 환율이 ‘뉴노멀’로 똬리를 튼 와중에 반도체 편중이 만들어낸 성장ㆍ수출ㆍ증시 착시가 내수 침체의 그늘을 가리고 있다.
지난해 2398.94로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4214.17로 마무리했다. 상승률 75.6%로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 미국발 관세전쟁 와중에 이룬 쾌거다.
증권가는 새해 증시가 코스피 5000에 도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국의 경기 부양을 위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과도한 반도체 비중, ‘서학개미’ 투자,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고환율이 복병이다.
지난해 코스피 질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수에 올라탄 반도체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기여율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반도체 효과가 컸다. 동시에 이는 반도체 경기가 조금이라도 꺾이면 증시가 휘청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코스피 4000 고지에 오르고도 환호하지 못한 것은 ‘코스피 상승’과 ‘원화 약세’라는 당혹스러운 조합 때문이다. 과거 코스피 상승 국면에 원화가 약세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은 1422.1원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원)보다도 높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집계됐다. 석유류 가격이 6.1% 뛰며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수입 쇠고기와 과일 등 농축수산물 가격도 4.1% 올랐다. 고환율이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린 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내수 침체를 초래하고, 기업 실적을 악화시켜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수출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세계 6번째 국가로 기록됐다. 자원과 자본이 빈약한 한국이 영국, 프랑스보다 먼저 70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은 그만큼 흘린 땀과 눈물이 많았음이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 현실은 냉혹하다. 여기서도 반도체 비중이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이를 정도로 크다. 15개 주요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품목 수출이 줄었다.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들이 중국의 굴기와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하며 부진했다.
대외 불확실성은 상존하는 변수다.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수출액을 올해보다 0.5% 감소한 6971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배경이다.
게다가 수출이 잘된다고 과거처럼 두루 온기가 퍼져 내수도 함께 나아지지 않는다. 환율이 치솟자 수출 대기업은 해외매출이 늘어 웃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입물가와 식료품 물가가 뛰며 내수가 위축돼 울상이다.
수출 호조가 그전만큼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 등 고용 창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고용시장이 활력을 잃고 청년층 고용률은 하락일로다. 잘되는 업종 대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압박에 해외투자를 늘리며 국내 제조업 공동화마저 우려된다.
이런 판에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0.9~1.0%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 경제는 새해 1.8~2.1%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의 두배 수준이라고 반길 상황은 아니다. 빈약했던 지난해 성장률과 비교하는 기저효과와 반도체 착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새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한 한국은행도 반도체ㆍ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1.4% 수준으로 분석한다.
증시 활황과 아파트값 상승 등 자산시장 호조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기반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작은 쇼크에도 충격을 받거나 고꾸라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다.
특정 업종이나 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펀더멘털을 다지고 산업구조를 구축하는 균형 성장이 절실하다. 그러려면 AI, 로봇, 자율주행, 바이오 등 미래 유망산업 분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혁파와 구조개혁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저성장ㆍ고물가 주름이 더 깊어지기 전에 2025년에서 넘어온 현안과 과제를 풀고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 6월 지방선거도 민생 문제 해결 능력에 달렸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