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플랫폼 애독자인 한 선배가 내게 얘기를 했어. 우리가 인터넷 게임처럼 승패만 쳐다보니 놓친 게 있다고. 그 무사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그토록 격렬하게 싸우는지, 패자의 철학은 무엇이고, 대의는 무엇인가? 하곤 물음을 던졌어.”
호검이 말에 정가의보검이 답했다.
“동서고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야. 패자의 기록까지 더하면 너무 복잡해. 정리가 안 되거든. 굳이 그런 게 필요한가?”
콘치스검이 끼어들었다.
“영훈공은 민주방 제주맹주 후보 선출 경선에서 탈락했어.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패자의 역할을 해 보려고 하지 않을까? 패자가 개입하면 판이 뒤집어질 수 있잖아. 지금은?”
호검과 정가의보검, 콘치스검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랬다. 패자가 캐스팅보트9casting vote)로 되살아나 판을 뒤집을 수 있었다. ‘3각 라이벌’ 혈투를 지나 ‘양자대결’로 압축된 경선비무판. 언제든 강풍을 동반한 봄폭풍이 불 수도 있었다.
호검이 A4용지를 꺼내더니 일필휘지로 썼다.
① 영훈공 ‘원팀’ 역할론 급부상
② 양자대결 구도 초정밀 분석
◆ 영훈공 ‘원팀’ 역할론 급부상
호검에게 긴급 카톡이 왔다. 철검이 보낸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였다.
‘영훈공의 결심, 개봉임박!’
메시지를 본 정가의보검과 콘치스검이 화들짝 놀랐다. 너무도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였다. 13일(월요일)은 영훈공 제주맹주직 업무복귀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12일이면 업무복귀 전날. 하루는 그 무엇을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도 너무도 많았다. 좌장 역할론, 원팀 구성론 등이었다.
그들은 긴급하게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한 식경이 지난 후였다. 깜짝 놀랄 첩보가 취합됐다.
<1급 보안> 12일 영훈공 캠프와 성곤검 캠프 관계자 극비 회동 예상, 원팀 논의 급물살 탈 듯
정가의보검이 말했다.
“성곤검과 영훈공이 원팀을 결성한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이번 선거비무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거야. 예측불허 인터넷 게임보다 훨씬 더 재밌어!”
◆ 양자대결 구도 초정밀 분석
그들은 계산에 몰두했다. 대림검 vs 성곤검. 승패 예상.
▲ 득표에서 25% 감점을 지닌 대림검은 57.3%를 득표하면 42.975%로 승리. 성곤검은 42.7%로 탈락. 14.6% 차이.
▲ 감점 없는 성곤검은 42.9%를 득표하면 승리. 대림검은 42.825%로 탈락. 14.2% 차이.
콘치스검이 탄복했다.
“정말 승패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네. 결국 영훈공이 캐스팅보트가 됐단 말인가?”
호검이 답했다.
“영훈공을 지지했던 권리방적 보유 무사들이 있잖아. 그들을 움직인다면 선거비무판이 또 다시 요동칠거야. 영훈공이 만약 성곤검 손을 치켜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전 무림인에게 보여준다면 판도가 예측불허로 흐를지 몰라.”
정가의보검이 말했다. “내일(12일) 원팀 구성을 위한 긴급회동이 성사된다면 당장 내일 중대발표가 나올지도 몰라. 정말 한 치 앞도 모를 안개비무가 예고되고 있어.”
숙연해진 그들은 황비홍 주제가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가슴엔 거대한 포부, 눈빛은 끝없이 멀리(胸襟百千丈眼光萬里長)”<끝>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