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엉망, 투표관리 부실 ... '엉터리' 민주당 제주 경선 후폭풍 예고

  • 등록 2026.04.14 16: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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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표' 도긴개긴 상황에 '유령당원' 논란 ... 곳곳 허점·문제 노출 전국적 현상 파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0일 앞두고 진행중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막판 숱한 허점과 파행을 노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물론 전국적 파문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지사 후보 결선을 앞두고 불거진 ‘1인 2투표 유도’ 논란에 이어 제주도의원 경선 과정에서는 ‘유령당원’과 '위장전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경선이 단순한 후보 간 신경전을 넘어 민주당 경선 시스템 전반의 허점과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지사 경선은 애초부터 전국적 관심을 끈 승부였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위성곤 후보와 문대림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고, 현직인 오영훈 제주지사는 탈락했다.

 

민주당 제주도지사 경선에서 결선이 치러지는 것은 2004년 이후 22년 만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컸다. 여기에 본경선 직후인 12일 오영훈 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성곤 후보와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내비치자, 경선 판세는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문대림 측은 이를 “정치 야합”이라고 비판했고, 위성곤 측은 “야합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결선 국면을 정면으로 흔든 핵심 쟁점은 ‘1인 2투표’ 유도 의혹이었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유권자 안심번호 ARS 투표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기본 원칙은 ‘1인 1표’다. 그런데 지난 13일 문대림 후보 측은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1인 2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위성곤 후보는 같은 날 즉각 “보좌진의 부적절한 메시지 전송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며, 해당 보좌진을 선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한 뒤 면직 조치했다며 사건 확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대림 캠프는 14일 기자회견과 후속 대응을 통해 “단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관여가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경찰 고발과 선관위 신고에 나섰고, 다른 보좌진이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사무실 방문을 안내한 정황 등을 근거로 압수수색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논란은 '도긴개긴'이었다. 14일 오후에는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같은 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문대림 캠프 관계자 A씨가 단체대화방에 일반도민 여론조사 참여 방법을 알리며 "민주당 지지층 또는 무당층이라고 응답한 뒤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답하면 일반도민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문 캠프가 위성곤 후보 측에 제기했던 ‘1인 2투표 유도’ 방식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A씨는 문 캠프에서 공공행정 분야를 돕는 전직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문 캠프는 “지인 위주 대화방에서 독려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사자가 민주당 조사를 받기로 했고 캠프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해명했다.

 

결국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과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모두 유사한 방식의 투표 독려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번 사안은 특정 캠프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결선 막판 양측이 모두 경선 관리의 허점을 이용한 진흙탕 공방으로 번졌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토론회를 둘러싼 갈등도 경선 과열을 더욱 키웠다. 위성곤 후보는 지난 12일과 13일 잇따라 문대림 후보를 향해 TV토론 참여를 촉구하며 “도민과 당원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문대림 후보 측이 KBS제주 대담과 14일 KCTV 제주방송·삼다일보·한라일보·헤드라인제주 공동 주관 토론회 참석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결선 토론은 파행 상황이 됐다.

 

위성곤 측은 “괴문자도 모자라 선거도 익명으로 할 거냐”는 강한 표현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고, 문대림 측은 토론회 운영의 공정성 문제와 '빠듯한 일정' 등을 이유로 맞섰다. 이로써 결선 막판 제주 민주당 경선은 정책 경쟁보다 절차와 형식, 정당성을 둘러싼 충돌이 전면에 부상한 양상이 됐다.

 

제주도의원 경선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시 오라동 선거구에서는 마을회장 6명이 13일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인구 1만6000여 명 가운데 권리당원이 15.4%에 이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성인 유권자로 한정한다면 권리당원 비율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들은 위장전입 가능성이 의심되는 11명의 명단까지 제시하며 특정 선거구의 권리당원 급증이 통상적 수준을 벗어난 만큼 실제 거주 여부와 당원 자격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미 지난 12일부터 권리당원 투표를 시작한 상태였고  14일 오후 6시30분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만약 선거인단 재검증이나 재투표가 현실화할 경우 다른 지역 경선에도 연쇄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사실 제주에서 당원 자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특정 선거구에서 동일 주소지에 다수 당원이 등록되는 등 불법적인 당원 모집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2월 27일에는 관련 사안과 관련해 출마 예정자 A씨가 징계를 받았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제주도당 윤리심판원 조사 결과 12명이 같은 주소지로 확인됐다. 당원 모집을 목적으로 가짜 주소를 제출한 것으로 판단해 당직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오라동 유령당원 의혹은 그 연장선에서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전국 사례를 돌아봐도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응답하라’는 식의 경선 개입 논란은 낯선 장면이 아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전남에서는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권리당원에게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답한 뒤 특정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전직 예비후보 등이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전남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이를 ‘이중투표 유도’ 혐의로 판단했고, 일부 선거구에서는 실제 재경선이 실시될 정도로 후폭풍이 컸다.

 

같은 해 5월 영암군수 재경선을 둘러싸고는 후보 간 사퇴 촉구와 선관위 고발, 무소속 출마 선언까지 이어졌다. 또 2024년 총선 국면에서는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 경선 과정에서 신정훈 의원이 고령 주민들에게 전화여론조사 참여 방법을 설명하며 “권리당원이냐고 물으면 ‘아니다’고 해야 투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이중투표 독려 논란이 일었다.

 

신 의원은 의도적 유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 역시 민주당 경선 구조에서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을 구분하는 응답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다른 지역에서는 경선 신뢰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전남도당 선관위는 지난 8일 선거 부정 신고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중투표 유도 전화’ 논란 등 4건에 대해 경고 조치를 했다. 또 지난 3월 광주시당에서는 특정 통신사 이용 권리당원에게 ARS 투표 전화가 가지 않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 2022년에 이어 또다시 경선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 사례와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민주당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경선 절차의 신뢰성을 놓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결국 이번 제주 경선의 파열음은 한 지역의 과열 경쟁으로만 보기 어렵다. 집권 여당 프리미엄 속에 후보가 몰리면서 경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당원 모집, ARS 응답, 선거인단 관리, 토론회 운영, 후보 간 상호 검증 등 거의 모든 단계에서 공정성 시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현직 지사의 탈락, 22년 만의 결선, 토론회 파행 조짐, ‘1인 2표’ 유도 의혹, 그리고 도의원 경선 유령당원 논란까지 한꺼번에 얽히며 “사실상 본선격인 경선이 처참하게 일그러진 난맥상을 노출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민주당 제주도당과 중앙당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결선 이후 ‘원팀’ 구성 가능성은 물론, 본선 경쟁력 자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흥행에 성공한 경선이 과연 건강한 경선이었는지, 그리고 승자를 뽑는 과정이 패자와 지지층까지 설득할 만큼 투명했는지에 대한 답을 이제 민주당이 내놓아야 할 시간으로 치닫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이기택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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