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순이·표성준의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 등록 2012.11.21 17: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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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인과 더불어 삶과 죽음을 함께한 제주 여인들의 이야기

죽음의 땅이라고도 불렸다. 한의 세월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 건너 땅에 족적을 남겼다. 뭍문화를 소개했고, 지혜를 일깨우기도 했다. 유배인-.

 

제주사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유배 문화. 

 

죄를 지어 먼 곳으로 귀양살이했던 형벌을 받은 그들은  무거운 죄를 지을 수록 한양과는 더 멀리 가갸 했다. 제주 사람들은 유배인들을 ‘유배객(流配客)’이라 불렀다. 언제 떠날지 몰라 제주에 뿌리 내릴 수 없는 '나그네'였던 것이다.

유배인은 나라의 큰 죄인으로 가족을 동반할 수 없었다. 그들의 제주섬 유배생활을 도와줄 여인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유배인과 그들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인 김순이 작가와 표성준 한라일보 기자가 함께 써내려간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이다.

 

이 책은 제주에 유배 온 유배인 중 간옹 이익, 김정희 등을 선정해 그들의 유배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뒷받침해준 제주 여인들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예로부터 제주 남자들은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주 여인들은 험한 바다에서 물질로 생계를 책임지며 여정(女丁)이란 군역까지 감당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처지의 유배인들이 제주에서의 유배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풀어낸다. 제주 여인들의 억센 생활력과 당찬 기개로 뒷받침해준 덕분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배인들과 혼인했더라도 유배가 풀린 뒤 그들을 따라가진 못했다. 이는 조선조 제주인이 육지로 이주하는 것을 금지한 ‘출륙금지령’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주 여인들 사이에서는 ‘유배인을 따라 가지 않는다. 다만 자식에 의지해 살아갈 뿐이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유배 중 얻은 첩실과 그 소생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금기시 해 그들의 생활을 지탱해주었던 여인들은 기록되지 못하고 그늘에 묻혔다. 그러나 당당히 이들을 호적에 올린 사람도 있었다.

 

이 책에는 △간옹 이익과 김만일의 딸, △왕족 이건 형제와 제주 여인들, △김춘택과 석례, △조정철과 홍윤애, △박영효와 과수원댁, △김윤식과 의주녀, △김진구와 오진, △김정희와 예안 이씨 등 제주에 유배온 유배인들과 그들과 연을 맺었던 제주 여인들의 숨겨졌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순이 작가는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연구원, 제주도지 편찬상임위원, 제주도 문화재감정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1988년 ‘문학과 비평’에 시 <마흔 살> 외 9편으로 등단한 후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등 시집 7권을 출간했다. 현재 제주 역사 속 여성들에 주목해 ‘문화영웅으로서의 여신들’, ‘제주 여성의 삶과 공간’, ‘제주의 기녀들’ 등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또 표성준 한라일보 기자는 현재 제주 역사의 수면 아래 잠긴 문제들을 탐색하는데 천착하고 있다.

 

도서출판 다빈치/여름언덕, 15,000원.

 

 

 

고연정 기자 jji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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