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2020년도 예산에 대해 선심성 및 낭비성 예산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원희룡 지사가 행정내부 경비 절감을 약속했으면서도 행사운영비 및 업무추진비가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또 제2공항과 관련해서도 홍보 및 인프라 확충 관련에 수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면서도 제주도의회의 제2공항 갈등해소 움직임에는 단 1원도 책정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2일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심의를 요청한 2020년도 예산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먼저 “줄이거나 감액하겠다던 해외여비 등 각종 예산이 여전히 증액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무원 국제화 여비가 전년대비 12%, 민간국외여비가 14.6%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 “우회예산의 대표적 사례인 공기관 대행사업비 역시 대폭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공기관 위탁사업비는 올해 2752억9000만원에서 내년 4715억9000만원으로 71%의 증가율을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공무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자체 추진이 아닌 출자출연 기관 등 공기관으로 업무를 사실상 떠넘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행사업으로 넘기는 이유와 개별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한 시정연설에서 “제주도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경제전망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2020년 예산편성은 제주경제 활력화에 중점을 두고 행정 내부부터 경비절감을 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지적했다.

실제로 편성된 2020년 예산에서는 행정내부 예산이 절감되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인건비를 포함해 일반운영비와 업무추진비, 직무수행경비 등 전 분야에서 2019년보다 예산이 줄어든 항목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무관리비는 94억7900만원에서 100억3200만원, 공공운영비는 129억에서 139억4100만원, 행사운영비는 19억6600만원에서 23억4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업무추진비도 49억5700만원에서 51억9300만원으로, 직무수행경비는 18억7800만원에서 20억2900만원으로 증액됐다.

시민단체들은 “예산을 절감했다는 원 도정의 표현을 무색케하는 예산 편성결과”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인 공항인프라 확충 홍보사업과 공항인프라 확충 관련 업무 추진 등에도 수천만원이 편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최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 의견수렴 등에 대한 예산은 단 1원도 편성되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원 지사는 자신이 추진했던 영리병원 공론화와 관련해서는 3억이 넘는 NGO센터 관련 예산을 전용해 쓰기도 했다"며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의회가 제2공항 관련 예산을 철저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