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한 ‘10억 배분’ 발언에 대해 제주도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일부 의원은 “모욕감을 느낀다”며 공식사과도 요구했다.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오전 11시 도의회에서 의원 총회를 갖고 지난 16일 제378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 발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원 지사는 16일 본회의 자리에서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에게 10억원씩 배분해 왔던 예산을 2021년부터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이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도내 지역현안 사업에 대해 도의원이 제주도 각 실･과에 건의를 하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예산편성에 반영해온 부분이 있었다. 원 지사의 언급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원 지사의 이 발언 이후 본회의 장에서 소란이 일었다.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우리가 거지인가”라며 호통을 쳤고 김태석 의장 역시 준비한 폐회사를 읽지 않고 본회의장을 나갔다. “지사가 의회를 경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원 지사가 언급한 예산이 도의원들의 공약 이행과 지역 현안 사업 처리를 위해 정당하게 사용돼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쓰인 것 처럼 이야기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지적은 18일 오전 열린 제주도으회 제379회 임시회 의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삼도2동)은 “원 지사의 말로 인해 의원들이 10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돈을 개인적으로 썼느냐”라며 “생중계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의원들로 하여금 모욕감을 갖게 한다”고 질타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자리에서 “엇그제(16일) 지사의 발언은 의회를 협력적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제주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의원들이 쌈짓돈을 쓰고 있는 것 처럼 표현한 것은 언어도단이었다고 본다”며 “제주지역을 위해 쓰일 예산을 도의원 쌈짓돈처럼 말하고 도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모멸감을 떠나 도의회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에 대해 원 지사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했다는 점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의한 것은 지사의 유감표명만으로는 안되고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무부지사를 통해 이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민선 7기와 함께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된 기능을 하지 못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상설정책협의회에 대해서도 “협의회를 운영할 것을 도정에 강력히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앞으로 도의원들의 정책공약에 대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TF팀을 구성, 논의할 뜻을 밝혔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