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기승전ㆍ반도체’다. 반도체가 수출입 동향은 물론 국제수지, 증시,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한편에선 고물가와 K자형 양극화, 실업이 심화하는 등 굴곡과 그림자가 짙어진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1.7%로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2월 전망치(0.9%)의 두배에 가깝다. 2020년 3분기 이후 5년 반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V자형 반등을 이뤄냈다.
깜짝 성장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다.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3월에는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은 전분기 대비 5.1% 늘었고, 반도체 설비 등을 포함한 설비투자는 4.8% 증가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1.1%포인트에 이르렀다.
코스피지수가 중동 전쟁의 공포를 누르고 21~23일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6470대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만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초호황을 구가한 데 힘입었다. 그래도 두 대형 반도체주의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너무 크다.
코스피지수가 23일 장중 6500을 돌파하며 상상 속의 지수 ‘7천피’를 가시권에 뒀지만, 코스닥은 아직 이란전쟁 이전 수준이다. 코스피 내에서도 대형주 상승률이 코스피 평균을 웃도는 반면 중소형주 상승률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격차가 크다.
1분기 성장률 1.7%는 역성장했던 지난해 4분기(-0.2%)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가 약 55%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1분기 성장률이 쑥 내려갈 수 있음이다.
23일 발표된 경제성장률 속보치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환율 변동성 확대가 덜 반영된 측면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3월 하순까지 국내로 들어왔다. 국제유가 급등세와 공급망 불안 여파는 4월부터 두드러졌다.
1분기 깜짝 성장률과 사상 최고 코스피지수에 기댄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민간소비가 0.5% 증가에 그치는 등 내수 회복세가 불확실하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1분기 성장률과 같은 날 한은이 공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3월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기준치 100을 밑돌며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은 1년 만이다. 4월 지수 하락폭은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훈풍이 내수에까지 퍼지지 못하면서 민생경제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도 가시화했다. 4월 생산자물가는 4년 만에, 수입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특히 나프타(68.0%)와 에틸렌(60.5%) 가격이 폭등하며 전방위적인 비용 상승 압력을 예고한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몇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은이 조사한 향후 1년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9%로 뛰어올랐다.
이런 판에 1분기 실업자가 10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9000명 증가하며 고용시장도 악화했다. 그중 15∼29세 청년이 27만2000명으로 26.4%를 차지한다. 1분기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향후 최대 관건은 국제유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22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들을 나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로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고, 중동 전쟁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1분기 수출액이 2192억 달러였는데, 그중 약 40%가 반도체 몫이었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부문 수출은 되레 1% 정도 감소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으로 경기 하방 및 물가상승 위험이 높아진 만큼 재정·통화 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진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다.
중동 전쟁은 우리가 어쩌기 힘든 외생 변수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렵다. 급증한 국가채무를 감안하면 재정 투입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선택지는 고비용 구조를 극복해낼 구조 개혁, 체질 개선, 신산업 육성과 기술 혁신이다. 이번 반도체 초호황은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다. 1분기 1.7% 성장률 착시에 빠져 위기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본사제휴 the scoop=야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