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감 선거부터 제주도의원 선거, 비례대표 공천까지 여성 정치인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본선 진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번 선거가 남길 ‘최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주목받는 여성 후보는 제주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의숙 예비후보다. 고 예비후보는 현직인 김광수 예비후보, 송문석 후보와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선거전의 중심에 섰다. 지난 29일에는 김광수 캠프에 합류했던 전직 경찰 간부가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것을 두고 “교육 현장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고 예비후보는 특히 초대 최정숙 교육감 이후 두 번째 여성 교육감 탄생을 노리고 있다.
도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의 진출이 눈에 띈다.
제주시 화북동에서는 현역 도의원인 강성의 후보가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재선 의원인 강 후보는 이번에 3선에 도전한다.
반면 오라동 선거구에서는 현역 이승아 의원과 정치 신인 강정범 후보 간 경선이 ‘유령당원’ 논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여성 후보 참여 선거구로 지정돼 권리당원 100%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실제 거주 여부가 불분명한 권리당원 문제가 불거지며 경선이 중단됐다. 이후 재투표 끝에 강정범 후보가 승리하면서 이승아 의원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아라동갑에서도 현역 홍인숙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비례대표 출신인 박두화 후보 역시 지역구 첫 도전에 나섰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여성 정치 확대를 강조하지만 실제 공천 구조는 여전히 좁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강하영 후보가 대표적인 여성 주자로 꼽힌다. 또 서귀포시 대정읍 선거구에 단수 공천된 이향 후보도 있다. 그러나 그는 제주4·3 관련 발언 논란으로 선거 초반부터 정치 공방의 중심에 섰다.
진보정당에서도 여성 후보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일도2동 도의원 공동후보로 나섰고, 녹색당 김순애 후보와 진보당 고민정 후보는 비례대표 후보로 선거전에 합류했다. 특히 고민정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을 앞세워 노동·돌봄 정책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여성 후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군에는 강영아, 강정희, 문영희, 박지은, 오경남, 오신정, 임기숙, 임혜주, 장희순, 정다운 등 10명의 여성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전체 비례후보군의 절반 안팎이다.
하지만 실제 의석으로 이어지는 지역구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제주도의회는 전체 45석 가운데 지역구 32곳 중 여성 후보의 본선 진출이 확정된 사례는 강성의(더불어민주당·화북동), 강하영(국민의힘·정방·중앙·천지·서홍동), 이향(국민의힘·대정읍), 강순아(진보진영 공동후보·일도2동) 등 4명 수준에 그친다. 이는 전체 지역구의 약 12.5%에 불과하다.
출마 규모와 비교하면 남성 출마자에 비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 도의원, 비례대표를 포함해 출마하거나 공천 경쟁에 참여한 여성 후보는 20명이지만 실제 지역구 본선 진출자는 4명에 머물고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구성을 보더라도 여성 정치 확대의 체감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비례대표 13석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성으로 채워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체 45석 기준 여성 의원 비율은 약 20~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제12대 제주도의회에서는 전체 45명 의원 가운데 여성 의원이 9명으로 약 20% 수준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여성 의원 수는 9명에서 많게는 10~11명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선거는 여성 후보 수 증가와 실제 의석 확대 사이의 간극을 다시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성 후보는 늘었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공천 구조와 경쟁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숫자의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평가는 단순한 인식 차원을 넘어 실제 정치 환경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특성상 인지도와 조직력이 중요한데 지역구 정치에서는 이미 기반을 구축한 현역이 유리한 구조가 고착돼 있다. 현재 제주도의회 역시 다수 현역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어 공천 단계부터 여성 후보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요구되는 시간과 자원 역시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지역 밀착형 선거운동은 전업 정치가 아닌 경우 참여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육아와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후보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내부의 네트워크 구조도 또 다른 변수다. 공천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당내 인맥과 정치 경력, 후원 기반 등이 상대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신인 여성 후보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 비용 부담과 후원금 모집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출마는 늘었지만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