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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고의숙·김광수, 격돌 멈추고 ‘아이’ 앞세운 정책 경쟁 ... 교사 사망·성과 논쟁은 '휴전'

 

전쟁 중에도 총성이 멈춘 순간이 있었다. 1914년 12월 25일 세계1차대전 중인 유럽 전선 곳곳에서 독일군과 프랑스·영국 연합군은 서로 총을 내려놓고 캐럴을 부르며 축구를 했다. 하루짜리 평화였지만 인간이 전쟁 위에서도 멈출 수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우리는 이를 '크리스마스 휴전'이라고 부른다.

 

2026년 5월 4일 제주 교육감 선거에서도 비슷한 ‘멈춤’이 포착됐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날선 공방으로 치닫던 선거판이 잠시 숨을 골랐다.

 

이번 선거의 긴장도는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올라갔다. 고의숙 예비후보는 이날 제주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수 예비후보를 향해 “제주교육은 결코 성공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학력 저하, 소통 부재, 청렴도 하락, 재정 문제까지 전방위 비판이 쏟아졌고 “검증된 교육감”이라는 표현까지 “거짓말”이라고 규정했다.

 

하루 뒤인 24일 김광수 후보 측은 곧바로 반격했다. “교육부 평가 3년 연속 최우수, 공약이행 SA등급, 직무수행 상위권”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부분 지표로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육 성과 논쟁’이었다. 하지만 불씨는 더 큰 쟁점으로 번졌다.

 

전환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김광수 캠프 ‘클린선거기획단장’을 맡았던 전직 경찰 간부가 자진 사퇴했다. 그는 지난해 제주 교사 사망 사건 당시 수사 책임자였다. 같은 날, 고의숙 후보는 즉각 공세를 높였다. “수사 책임자가 교육감 캠프 핵심 보직으로 간 것이 상식에 맞느냐”며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라고 비판했다.

 

교원·학부모 단체들은 김광수 캠프 측 인사의 사퇴 이전 공동 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논쟁은 정책 경쟁을 넘어 ‘책임’과 ‘윤리’ 문제로 확산됐다. 선거판의 긴장도는 사실상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4일 분위기는 갑자기 달라졌다.

 

김광수 후보는 ‘365일 스마트 학교 안전망’을 발표했다. AI 기반 학교폭력 감지, 스마트 CCTV, 귀가 동행 서비스 등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고의숙 후보는 ‘생태전환 교육’을 꺼냈다. 놀이·쉼·자연 중심 교육, 생태 돌봄 체계 구축을 강조하며 ‘행복한 학교’를 화두로 던졌다.

 

같은 날, 같은 시점 하지만 서로를 향한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중심에 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어린이날을 앞둔 상징적 휴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며칠 전까지 성과를 놓고 싸우고, 사건 책임을 따지며 맞서던 후보들이 하루 만큼은 총구를 거둔 셈이다.

 

물론 이 ‘휴전’이 오래가리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선거는 아직 진행 중이고, 정책 검증이 본격화되면 공방 역시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선거는 교육 성과 논쟁, 교사 사망 사건, 캠프 인선 논란까지 이미 여러 차례 충돌을 겪었다.

 

그럼에도 4일 하루는 분명 달랐다. 전쟁 속에서도 크리스마스 하루만큼은 멈췄듯, 선거판도 어린이날을 앞두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세대인 ‘아이’가 있었다.

 

잠시 멈춘 이 하루가 단순한 휴지기일지, 아니면 선거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일지는 며칠 뒤 다시 시작될 공방이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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