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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그리고 잠시](5) 비양도 ... 그리움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비양도

허유미

 

숨과 숨이 마주치는 시간을

파도라 하자

너에게로 달려가면

나에게로 도착하는 곳

우리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섬처럼

서로 바라보아야만 말을 들을 수 있고

서로의 연두가 보이고

서로 등을 만져보고 싶어 하고

서로 울음을 안아 저녁을 만들고

돌아갈 방향을 잃으면

가슴에 민들레가 피고

바람과 동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별은 반짝이고

 

 

섬에서 섬을 본다. 파도가 나에게로 오는 건지, 파도가 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제주에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저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는 듯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 섬은 외로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섬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쉽게 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서로의 숨결과 슬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연두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의 연두를 바라본다는 것은 한 사람 안에 아직 남아 있는 푸른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파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너에게 달려가면 나에게로 도착하는 곳’처럼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힘든 하루 끝에 누군가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을 때 ‘서로 울음을 안아 저녁을 만’드는 하루. 거창한 말보다도 한 사람의 지친 하루를 함께 견뎌주는 존재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서로의 마음에 완전히 닿을 수는 없어도,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 관계를 오래 살아 있게 한다는 걸 알 때 별은 반짝인다.

 

☞허유미는?=제주 바닷가 마을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수평선, 물너울, 등대, 섬은 나의 첫 친구들이었다. 말문이 트였을 때 엄마라는 말보다 바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는 파란 요람, 파란 집, 파란 놀이터였다.

 

청소년 시절 유난히 말수가 적어 엄마 아빠가 걱정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고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풍경이나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절부터 시집을 읽는 시간이 많았다. 책꽂이에 시집이 많아지면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2016년 제주작가 신인상, 2019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한국작가회의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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