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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추자해상풍력·BRT·칭다오 항로·제2공항까지 ... 위성곤의 진퇴양난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선거에서는 압승했지만, 도정 운영의 출발선에 놓인 현안들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선택하면 반발이 따르고, 미루면 무능하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위 당선인은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63.11%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제주도지사 선거 역대 최다 득표율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제주도의회 전체 45석 중 34석을 차지했다. 도정과 의회 모두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치 지형이 곧 쉬운 도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압도적 지지를 받은 만큼 책임도 커졌다. 도민들은 이제 위성곤 당선인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위 당선인은 지난 17일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전남, 전북과의 초광역 협력 구상을 밝혔다. 그는 현 정부의 지역발전 방향인 ‘5극3특’을 언급하며 제주가 단독으로 움직이기보다 호남권과 협력해야 정부 지원과 산업 확장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은 해상풍력이었다. 위 당선인은 좌초 위기에 놓인 추자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언급하며 “현재 제주가 쓰는 전력이 총 930~980MW 정도다. 만약 추자해상풍력의 2.3GW 전력을 제주에 접속하면 도내 발전기를 모두 꺼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전력계통이 불안해져 매일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추자해상풍력 사업이 좌초된 것이다. 결국에는 전남에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자해상풍력은 제주시 추자면 앞바다에 국내 최대 규모인 2.37GW급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18조원으로 추정된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제주에너지공사를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2025년 7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첫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당시 공모 조건에는 제주 본섬으로의 계통연계 전체 또는 일부를 사업희망자가 제안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업 운전 이후 매년 1300억원대 이익 공유금 지급도 제시됐다. 그러나 조건이 과도하다는 업계 반응이 나오면서 유력 사업자로 거론되던 노르웨이 에퀴노르가 철수를 선언했고, 재공모에 응한 한국중부발전도 제안서 제출 직전 참여를 포기했다.

 

결국 추자해상풍력은 표류했다. 에너지공사 사장이 임기를 앞두고 사퇴했고, 기관장 교체 이후 공모가 최종 유찰됐지만 넉 달이 넘도록 재공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 당선인의 해법은 전남 연결이다. 제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초고압직류송전망, 즉 HVDC로 호남을 거쳐 수도권과 산업단지에 보내고, 그 수익 일부를 도민 에너지 기본소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겉으로 보면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길은 아니다. 전남지역과의 공유수면 점사용 분쟁, 육상 변전소 설치에 따른 주민 반발, 이익 공유 구조 설계, 중앙정부와의 협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주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여기서 위성곤식 리더십의 특징이 드러난다. 그는 단독 돌파보다 초광역 협력, 강행보다 이익 공유, 속도보다 구조 재설계를 강조한다. 지지자들은 이를 신중함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결국 결정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BRT와 양문형 버스 문제도 비슷하다.

 

위 당선인은 같은 기자간담회에서 “양문형 버스 구매 중단을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장기적으로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추진한 제주형 BRT 고급화 사업과 섬식정류장 정책을 사실상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문형 버스는 섬식정류장 도입에 맞춰 전국 최초로 제주에 도입됐다. 제주도는 2024년 72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48대를 들여왔고, 최근 제작사인 우진산전과 49대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포함하면 6월까지 197대가 운영된다.

 

문제는 섬식정류장 2단계 사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문형 버스만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동광로 섬식정류장 조성사업은 지난해 10월 예정됐지만 8개월 넘게 멈춰 있다. 도령로와 노형로 구간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미 설계비 15억원, 서광로 섬식정류장 공사비 87억원이 투입됐다. 동광로 63억원, 도령로 64억원, 노형로 99억원까지 포함하면 총공사비는 318억원 규모다. BRT는 국토교통부 종합계획에 반영돼 국비 50%가 포함된 사업인 만큼 변경하려면 국토부 협의도 필요하다.

 

위 당선인이 양문형 버스 도입 중단을 요청한 것은 정책 전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진퇴양난의 시작이기도 하다. 중단하면 기존 투자비와 계약 문제가 불거지고, 계속 추진하면 실효성 논란과 예산 낭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주~칭다오 국제 정기화물선 항로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취항 8개월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법제처는 지난 17일 제주도가 선사에 지급하기로 한 손실보전금이 지방재정법상 중앙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제주도가 체결한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 협정’이 예산 외 의무부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협정에 따르면 제주도는 3년 계약기간 항로 운영 손실을 보전해야 하며 지원 규모는 연간 최대 72억원에 달한다. 하역업체 지원 비용까지 포함하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칭다오 항로의 취지는 분명했다. 제주항의 무역항 기능을 강화하고, 부산항 경유 방식보다 물류비와 운송기간을 줄여 제주기업의 수출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항 이후 물동량 확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실보전금 논란이 커졌다.

 

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필요하면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폐지도 간단하지 않다.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 반대로 유지하면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손실보전금 논란이 계속된다.

 

결국 칭다오 항로도 폐지냐 재정비냐의 선택지 앞에 놓였다. 어느 쪽을 택해도 부담은 위성곤 도정의 몫이다.

 

제2공항 문제는 더 큰 시험대다. 위 당선인은 기자간담회에서 “11년간 지속된 제2공항 갈등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2027년 안에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확정되면 제주 안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그 전까지 갈등 해결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주민투표나 공론조사 등 도민 의견을 공정하게 모아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2공항은 숙의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찬성 측은 지역 균형발전과 항공 인프라 확충을 요구하고, 반대 측은 환경 훼손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한다. 결정을 미루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결론을 내리면 어느 한쪽의 강한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위성곤 당선인의 정치는 그동안 조정과 협상에 가까웠다. 3선 제주도의원, 3선 국회의원을 거치며 강한 충돌보다는 합의와 조율을 중시해 왔다. 선거 과정에서도 그는 ‘통합의 도지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도지사는 국회의원과 다르다. 국회의원은 문제를 제기하고 법과 예산을 만드는 자리지만, 도지사는 매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예산을 어디에 쓸지, 사업을 멈출지 이어갈지, 갈등 현장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 위 당선인이 마주한 현안들은 공통점이 있다. 추자해상풍력은 제주냐 전남이냐의 문제이고, 양문형 버스는 지속이냐 중단이냐의 문제다. 칭다오 항로는 폐지냐 재정비냐의 문제이고, 제2공항은 추진이냐 재검토냐의 문제다. 모두가 진퇴양난이다.

 

신중함은 분명 필요하다. 민선 8기 도정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사업들이 지금 논란이 된 만큼, 새 도정이 공모 조건과 사업 구조, 재정 부담을 다시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중함이 길어지면 결단력 부족으로 보일 수 있다.

 

위성곤 도정의 첫 평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도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조건 빠른 결정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끝없는 검토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충분히 따지되, 결정해야 할 순간에는 책임지고 선택하는 리더십이다.

 

위성곤 당선인은 압도적 득표율로 도지사에 당선됐다. 도의회도 같은 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정치적 조건만 놓고 보면 어느 도정보다 강한 출발선에 서 있다.

 

그럼에도 추자해상풍력, BRT, 칭다오 항로, 제2공항은 그에게 묻고 있다.

 

신중한 지도자인가. 아니면 결단을 미루는 지도자인가.

 

민선 9기 위성곤 도정에 대한 평가는 취임식장이 아니라, 이 진퇴양난의 현안 앞에서 시작될 것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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