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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의 『제주특별법 35년史 (6)』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설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시행 10년간 예측된 제주경제의 대내외적 여건은 마치 자궁 밖으로 갓 태어난 아이가 잦은 병치레하듯이 그 예측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 1992년 이후 급속한 변화가 진행됐다.

 

특히 1997년 구제금융(IMF) 위기를 겪으면서 제주의 발전 모델은 정부 주도와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혼재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1998년 제주의 개방화를 통한 외자유치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주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획기적 조치로써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방침을 천명했다.

 

1999년 3월 민선 2기 우근민 도정은 제주도의 미래상(vision)으로 동북아 최고의 사계절 휴양지, 세계를 향한 개방된 출발지, 미래형 친환경적 “Clean Restopia"라는 세 가지의 이상을 제시하고 이를 그릇에 담기 위한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델로서 싱가포르, 홍콩 등과 유사한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구상한다. 나아가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가칭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의 제정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역랑 집중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제주경제사회에는 검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1990년대 초경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제정 논쟁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통해 제주사회의 진로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하였으나 1997년 11월 발생한 IMF 사태의 후유증으로 제주의 발전과 성장은 제자리걸음의 상태였다. 여기에다 경제통합의 가속화, WTO의 뉴라운드 협상, 시장개방의 압력, 남북정상회담(2000. 6.)에 따른 남북교류의 증대, 인천의 허브공항, 부산·광양만의 국제자유항 건설이라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어서 우리 제주는 새 천년의 100년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그 당시 지방언론에 표출된 여론의 큰 줄기는 향후 10∼20년 국제관광 및 회의의 섬, 평화의 섬, 독특한 문화에 천혜의 환경 보존의 섬, IT(정보·기술)의 섬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근민 도정은 혹시라도 오키나와에 뒤질세라 21세기 제주경제의 비전과 전략을 제주형·복합형 국제자유도시의 건설에 두고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에 대한 용역’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제주도는 1999년 미국의 존스 랑 라살(Jones Lang Lasalle)사에 국제자유도시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하였고, 위 회사는 2000년 6월 제주지역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잠재력이 크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청정 환경으로 국제휴양지로서의 매력이 크며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된 중심적 위치에 있고, 공항 · 항만 · 도로 등을 포함한 양호한 사회간접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서 최소의 비용으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가능하며, 인구와 경제규모가 적은 도서지역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하여 차별적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중앙정부의 주도 하에 성안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안)이 도내 일간지에 그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01년 11월15일 경이다. 2001년 정기국회의 통과를 염두에 두고 밀실에서 은밀히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받았다. 이 특별법(안)이 제주의 토착사회와 지구촌과의 동화적 통합을 실현하고 도민복지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이라면, 당연히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제주인의 운명을 좌우할 이 특별법(안)이 제주사람들의 공감대 형성 없이 고위직 공무원, 전문가, 여당 국회의원 등의 시각과 잣대에 의해 만들어졌음은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

 

야당인 한나라당 현경대 국회의원의 주최로 공청회가 열려 의견수렴이 있었으나 선박등록특구제도(법 47조)를 신설하고, 국제화 교육환경의 특례를 완전 개방에서 부분 개방으로 전환하는 규제 강화를 보충한 것 외에 당초의 초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991년 그 입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찬반양론이 팽배하게 대립됐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제정과정과 대비해 본다면, 2002년 6월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집권 여당의 선거 전략적 측면이 엿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당의 날치기 통과가 아니라 여야 공동 발의로 2002년 1월26일 국회를 통과하였다는 점이다.

 

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을 입법화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보여 진다.

 

‘국제자유도시’라 함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 및 국가적 지원의 특례가 실시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법 2조 1호).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시행되고 있는 ‘홍콩특별행정기구기본법’(1990.4.4.제정)과 같이 특별행정(자치)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단지 경제활동의 영역과 각종 세금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세계 시장과의 경제통합을 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제주도내 보존자원의 도외 반출 금지(법 32조 5항), 도내 1차 산업의 생 생산·출하의 조정과 품질검사 등에 대한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법 50조, 111조 2항)을 두고 있어서 외국 농축수산물의 자유로운 이동과 대비할 때 국제자유도시의 출범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외국인에 대한 무사증 입국을 확대하고(법 14조), 내국인 면세점 운영(법 51조), 대중 골프장 건설의 특례와 이용에 관한 감세조항(법 39조, 52조), 휴양 펜션업의 권장(법 53조) 등의 혁신적 입법은 2002년 하반기부터 실시될 예정인 주5일 근무제와 맞물러 가족단위의 국내외 관광객 유입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게 그 당시의 전문가 예측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이후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이 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염원했던 이상향, 이어도가 코앞에 닥친 것일까? 아티스트 김영갑의 <이어도의 비밀>에 실린 다음의 글로 필자의 소회를 대변하고 싶다.

 

“도둑도 거지도 대문도 없는 땅에서 살았던 제주 토박이들은 부지런히 일해도 배가 고프고 절약하고 검소해도 늘 부족한 생활에 섬에 태어난 것이 원통하다고 탄식했다. 그렇게 섬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마음속에 이어도의 꿈을 키웠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에 눌려 주저앉는 대신, 이어도라는 꿈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충실하게 현재의 삶을 일궈 나갔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누리는 평화로움의 비밀이 바로 이어도였음을 깨달았다. 관광산업이 제주 사람들의 생명산업이 되었다. … 제주사람들은 이제는 이어도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방목장으로 사용되던 드넓은 초원은 골프장으로 변하고 아름다움이 빼어난 중산간 들녘은 리조트와 펜션과 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사람들의 마음에서 이어도는 지워지고 있다. 이 땅에서 제주다움이 사라질수록 제주인의 정체성을 잃어 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어도의 비밀은 잊어지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자 변호사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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