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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산 심의·해체 허가 없이 철거 ... 역사성 보존 요구도 외면

 

서귀포시가 지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관광극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유재산 심의와 건축물 해체 허가 등 필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며 서귀포시에 기관경고를 요구했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2일 공개한 서귀포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지난해 9월 관광극장 야외공연장 외벽을 철거하면서 공유재산심의회를 거치지 않았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안전상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철거를 결정한 뒤 불과 열흘 만에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관광극장은 서귀포시가 시 승격 이전 읍내 최초의 현대식 극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2022년 건물을 취득하기 위한 제주도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의 과정에서 "역사성과 장소성을 고려해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받았지만, 이후 보존 방안은 별도로 검토하지 않은 채 안전진단 결과만을 이유로 철거를 결정했다.

 

감사위원회는 공유재산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를 추진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철거된 외벽은 지붕이 사라진 이후에도 두 차례 보강공사를 거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 동안 480여 차례의 공연과 문화행사가 열린 야외공연장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건축물대장 표시를 변경하면서 실제로는 남아 있던 외벽을 현황도면에서 삭제한 뒤 다른 부서에 변경 신청을 했고, 이를 접수한 부서는 현장 확인 없이 그대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인 외벽이 건축물대장에서 제외되면서 당초 받아야 할 '해체 허가' 대신 단순 '해체 신고'만으로 철거가 진행됐다. 신고 당일 곧바로 해체 신고필증이 발급되면서 적법한 허가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다.

 

감사위원회는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서 해당 외벽이 상부 하중을 지반으로 전달하는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설치된 구조물이라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서귀포시가 "주요 구조부가 아니어서 신고 대상이었다"고 주장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관광극장은 연면적 500㎡를 초과해 건축위원회 심의와 해체 허가 대상이었지만 관련 절차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원회는 "공공건축물 해체 과정에서 적법한 심의와 허가 절차가 누락되면서 공사의 안전성과 행정의 신뢰성이 저하됐다"며 제주도에 서귀포시에 대한 기관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종합감사에서는 관광극장 철거 외에도 다양한 행정 부실이 확인됐다.

 

건설 분야에서는 통합발주 대상이 아닌 건설사업관리용역을 통합 발주하고, 공사 중단 기간에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을 조정하지 않아 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사례 등이 적발돼 부서 경고와 관련자 징계가 요구됐다.

 

재난관리기금을 목적 외 용도로 집행하거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와 보험 가입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인사 분야에서는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 과정에서 자격증 가산점을 잘못 반영했고, 공무직을 정원보다 초과 배치하거나 동일 부서 장기근무 비율이 높은 문제도 지적됐다.

 

계약 분야에서는 예정가격 산정 과정에서 재료비와 노무비를 이중 계상하거나 설계도면과 물량내역서 차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설계변경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를 통해 서귀포시에 대해 행정상 조치 72건과 신분상 조치 58명, 재정상 조치 1억7823만5000원을 요구했다.

 

반면 공유재산 소유권 이전등기 직접 수행, 감귤박물관 공간혁신과 콘텐츠 개선, 위반건축물 단속을 위한 자체 TF 운영 등 3건은 적극행정 사례로 선정해 표창 등 후속 조치를 통보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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