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발생한 26세 청년 노동자 지게차 사망사고와 관련해 추모 공간의 부적절한 운영과 안전관리 부실 의혹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사고 현장인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비바람에 빛이 바랜 조화와 안전모, 손글씨 추모 메모만 남아 있었다. 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공간이어서 시민들이 추모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귀농협은 고인을 위한 별도의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해당 공간은 일반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하나로마트 2층 창고 진입로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모 공간은 휴지와 음료 등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 옆에 마련됐다. 작은 책상 위에는 커피와 음료, 담배 한 갑이 놓여 있었다. 향을 피울 수 있도록 했지만 바로 옆에서는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어 추모 공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이후 강병진 하귀농협 조합장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 조합장은 최근 유족과 비공개로 만났지만 취재진이 사고 책임과 재발방지 대책, 추모 공간 조성, 지게차 안전관리계획 등에 대해 질문하자 별다른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하귀농협은 사고 이후 온라인 특가 행사를 진행했다가 희생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가족은 사고 당시 작업 환경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망한 김영균 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 33분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 지게차를 이용해 지하 창고에서 옥수수를 운반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지하 창고와 지상을 연결하는 경사로는 지게차와 고객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구조였다. 김씨는 운반 중 떨어진 옥수수를 줍기 위해 지게차에서 내렸다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게차를 붙잡으려던 과정에서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복돼 깔린 것으로 유가족은 보고 있다.
유가족은 김 씨가 지게차 운전면허 없이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채소 담당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 씨는 지게차 운전 업무를 계속 맡아왔다. 어머니가 다른 업무를 요청해 보라고 권유했지만 "지게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회사를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유가족의 설명이다.
또 회사도 김 씨가 무면허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교육 실시 여부와 신호수 배치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무릎 부상으로 반깁스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계약 연장을 앞두고 있던 그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기대하며 쉬는 날에도 출근했고, 병원에서 깁스를 권유받았지만 장기간 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연차 사용을 권유했지만 김 씨는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휴가를 아껴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결혼한 아내는 사고 당시 출산 예정일을 약 보름 앞두고 있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중심으로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하귀농협은 입장문을 통해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