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수소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충전소는 늘어나고, 구매 보조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해 처음 시행한 민간 수소승용차 보급사업에는 모집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겉으로만 보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수소차를 타기 좋은 지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제주시 도두동 개인택시조합 LPG충전소 부지에서 도내 두 번째 이동형 수소충전소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제주도, 개인택시조합이 함께 구축한 이 충전소는 행원 그린수소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공급한다. 판매가격은 기존 함덕 충전소와 같은 1㎏당 1만5000원이다.
제주도는 올해 말 번영로 구간에 이동형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고, 내년에는 서귀포시에도 세 번째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2026년 수소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신청 결과 보급 물량은 79대였지만 신청자는 174명에 달해 경쟁률이 2.2대 1을 기록했다.
구매 혜택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에서 수소승용차를 구입하면 국비 2250만원과 도비 1700만원 등 395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최대 400만원, 취득세 최대 140만원 감면, 공영주차장 50% 할인, 10년 또는 16만㎞ 부품보증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대표 수소차인 현대 넥쏘의 판매가격은 약 7644만원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가격은 약 3690만원 수준까지 낮아진다. 이는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중형 휘발유 SUV나 하이브리드 SUV의 실구매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차량을 구입하는 순간만 놓고 보면 제주의 수소차 경쟁력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차량을 구입한 이후부터다.
제주의 수소 충전요금은 1㎏당 1만5000원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전국 평균은 약 1만311원 수준이다. 울산은 9753원, 충남은 9849원, 광주는 9900원, 강원은 1만5원, 부산도 1만1375원으로 제주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재 제주의 수소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절대적인 연료비만 놓고 보면 수소차가 휘발유차보다 불리한 것은 아니다. 현대 넥쏘의 공인연비는 1㎏당 107.6㎞다. 이를 기준으로 700㎞를 주행하려면 약 6.51㎏의 수소가 필요하다. 제주 가격을 적용하면 700㎞를 달리는 데 약 9만7600원이 든다.
반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19원으로 가정하면 연비 10㎞/ℓ SUV는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 데 약 14만1000원이 필요하다. 연비 12㎞/ℓ 차량도 약 11만8000원이 들어 제주 수소차보다 비싸다. 즉, 제주처럼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소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일반 휘발유 SUV보다 연료비는 여전히 저렴하다.
다만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비 16㎞/ℓ 하이브리드는 약 8만8300원, 연비 20㎞/ℓ 수준의 고연비 하이브리드는 약 7만700원 정도면 700㎞를 주행할 수 있어 제주 수소차보다 유지비가 낮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간 가격 차이다. 같은 넥쏘를 운행하더라도 울산에서는 700㎞를 달리는 데 약 6만3500원 수준이면 가능하지만 제주에서는 약 9만7600원이 필요하다. 한 번 충전할 때마다 3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를 장거리 운행으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수소차는 일반적으로 1㎏으로 약 100㎞를 주행한다. 제주와 울산의 충전요금 차이는 1㎏당 약 5200원이다. 10만㎞를 운행하면 약 520만원, 20만㎞를 주행하면 1000만원이 넘는 연료비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제주가 다른 지역보다 보조금을 500만~700만원 더 지급하더라도 장기간 차량을 운행하면 높은 충전요금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물론 제주에도 이유는 있다. 수소 생산 규모가 아직 작고 충전소 수도 적다. 육지처럼 대규모 공급망이 형성되지 않아 생산과 운송, 운영비가 모두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제주에서 공급되는 행원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친환경 수소여서 일반 추출수소보다 생산단가 자체가 높다.
하지만 소비자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친환경 가치보다 경제성이다. 구매 단계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보조금 덕분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충전요금이 유지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반 휘발유 SUV와 비교하면 차량 구매가격과 연료비 모두 경쟁력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제주 수소차의 경제성은 '절대적으로 비싸다'기보다 '지역 간 충전요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제주도가 충전소 확대와 함께 충전요금 인하 방안까지 마련한다면 수소차 보급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수소경제는 차량을 많이 보급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도민들이 부담 없이 오래 탈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수소사회가 만들어진다. 제주의 수소차 정책도 이제는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넘어 '얼마나 경제적으로 오래 탈 수 있는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