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게 하는 사람들이 법을 어긴다면 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
최근 제주에서는 경찰과 해양경찰이 잇따라 법을 위반해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한 달여 사이 드러난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법 집행기관의 공직기강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29일 제주경찰청 소속 40대 행정관이 제주시 조천읍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주경찰은 도내에서 음주·약물운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조직 내부에서 음주운전 적발자가 나온 셈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0일에는 제주시 한림항 인근에서 현직 해양경찰관이 허가 없이 바다에 들어가 문어를 잡다 동료 해경에게 적발됐다. 해당 수역은 해양레저 활동 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지만 이 해경은 허가 없이 입수해 갈고리로 문어를 포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과태료 처분을 받고 감찰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범죄 혐의로 기소돼 징계 절차를 밟은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모두 41명이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물수수와 직무 관련 비위, 성범죄 등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적발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비위 사건이다. 이 경찰관은 2019년 8월 14일부터 2021년 3월 10일까지 23차례에 걸쳐 유흥업자에게 코로나19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94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파면됐고, 2023년 5월 9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물론 대다수 경찰과 해양경찰은 현장에서 묵묵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일부의 비위를 전체 조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찰과 해경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시민을 단속하고 수사하며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과 윤리의식을 요구받는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어기는 순간,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공권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관은 "엄정 조치", "재발 방지", "공직기강 확립"을 약속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비슷한 사건이 반복된다. 시민들은 "정말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공직기강은 구호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조직 내부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예외 없는 처분, 그리고 투명한 징계 절차가 뒤따를 때 비로소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는 등 수사 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책임과 권한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경찰 스스로 높은 윤리의식과 엄격한 내부 통제를 보여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권한이 커질수록 그에 상응하는 책임 역시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게는 더 엄격해야 한다.
최근 제주에서 잇따른 경찰과 해양경찰의 비위는 개인의 일탈로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조직문화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신호다.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반대로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단 한 번의 비위 사건이면 충분하다.
공권력의 권위는 제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법을 지키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번만큼은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분, 그리고 실질적인 조직 쇄신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